강원도 산골로 문학여행을 떠나보자.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주변은 우리나라 전래의 산골풍경과 순후한 인심이
그대로 살아 있는 곳이다.

평창강의 지류인 흥정천이 도도히 흐르는 평창의 그리 높지 않은 산과
평화로운 농가들이 엮어내는 한적한 풍광은 고향길을 찾아가는듯 마음을
한없이 편안하게 해준다.

특히 봉평은 서정적 문체로 유명한 작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여서 시골의 소박한 분위기에 문학의 향기와 멋이 흠뻑 배어있는
몇 안되는 나들이터중의 하나로 꼽힌다.

<>.재작년 겨울부터 휘닉스파크가 들어서면서 이 지역이 알려지기
시작한데다 이효석의 대표작인 "메밀꽃 필 무렵"의 내용이 논픽션이었다는
사실이 몇해전부터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이효석을 기억하고 있는 촌로가 아직 생존해 있고 어린시절에 물레방아을
보았다는 기억을 증언하는 노인네도 많아 현장감을 더해준다.

소설속에 주 무대가 되었던 봉평장(2일, 7일)과 대화장(4일, 9일)이
지금도 여전히 서고 있고 역시 소설속에 등장하는 충주집터도 읍내에
남아 있다.

조선시대부터 1백20년의 명맥을 이어온 봉평장은 전국적으로 산나물의
명성이 높고 우리의 토속적인 멋을 접할수 있는 강원지역의 대표적인
장터다.

허생원과 조선달같은 장돌벵이들이 모여들어 충주댁과 수작을 부렸을만한
주막집은 간곳은 없고 외로운 비석옆엔 건물공사가 한창이어서 세월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

충주집터에서 남안교쪽으로 조금 가면 봉평중고 맞은편에 가산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이 곳에는 가산선생의 동상이 있어 공원의 벤치에 잠시 앉아 선생의
문학상품을 떠올리며 상상의 나래를 펴 보는 것도 괜찮다.

봉평장터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소설속에서 동이가 허생원을 업고 건넜던
개울이 나타난다.

남안교를 지나면 얼마전에 복원해 놓은 물레방앗간을 만난다.

허생원과 성서방네 처녀가 하룻밤의 사랑을 나눴던 곳으로 지금도
애잔한 서정을 불러 일으킨다.

원래는 더 안쪽에 있었으나 큰길에서 접근이 어려워 길 옆에 옮겨
건립했다고 한다.

물레방앗간에는 디딜방아가 있고 앞쪽으로는 성씨 처녀인듯한 여인상
조각이 서 있다.

이곳에서 길을 따라 20여분쯤 깊숙이 올라가면 이효석이 어린시절을
보냈던 생가가 자리잡고 있다.

국내최고의 단편작가로 평가되는 가산 이효석의 생가터는 처음 가는 이는
찾기도 여의치 않고 모양도 초라하다.

물레방앗간에서 시멘트포장길을 따라 약 2km를 진입하면 갈림길을 만난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길이 끝나는 곳에 외딴 집한채가 있다.

집 입구에는 생가터를 알려주는 기념비만 덜렁 서 있다.

생가는 함석집을 개조돼 농가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의 주인은 홍종률씨(52)로 홍씨의 증조부가 당시 면장을 지냈던
이효석의 부친 이시우씨로 부터 이 집과 땅을 샀다고 한다.

이효석의 생가는 찾아가는 길에 안내판 하나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지만
주말이면 50-1백명의 답사객이 방문할 정도로 드문 명소가 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이효석생가의 모습을 제대로 갖추는 방법과 관련, 이효석의
후손과 평창군, 그리고 평창군의 문화단체등간에 다툼이 있어 정비가
늦어지고 있다고 하니 아쉬운 일이다.

그래서 홍씨는 찾아오는 방문객들을 위해 우선 급한대로 방명록도 만들어
두고 마당에 파라솔도 마련해 놓았다.

막걸리와 메밀묵도 내놓고 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라고 표현된 메밀꽃은 8월말에 개화, 10월초
수확할때까지 자태를 자랑한다.

그러나 지금은 수익성이 낮아 소설속에서처럼 흐드러지게 핀 메밀꽃은
보기 어렵다.

평창군에서는 생가로 들어오는 길가에 2천평규모의 메밀밭을 조성, 8월이
되면 아쉬운대로 메밀꽃을 감상할수 있도록 해 놓고 있다.

<> 둔내에서 6번국도를 따라 휘닉스파크를 지나 10분정도 가면 왼편으로
"허브나라"팻말을 만난다.

큰 길에서 약 3km 거리에 있는 허브나라는 6천여평의 농장에 1백50여종의
허브가 심어져 있는 허브농장.

독특한 향취의 허브차등을 마시며 잠간 쉬어 가는 곳으로 가족단위가
묵을 수 있는 조그만 숙박시설도 갖추고 있다.

큰 길에서 허브나라로 올라가는 좁은 길을 따라 흥정천이 펼쳐져 있다.

흥정산에서 발원하여 30여리의 수려한 계곡을 흘러내리는 남한강
상류 흥정천은 깨끗하고 차갑기로 유명해 아직 오염과는 거리가 멀다.

국도에서 약 2km 정도 올라가면 태기산과 흥정산에서 내려오던 물줄기가
만나 작은 폭포를 이룬 곳이 있다.

이 곳이 물도 맑고 경관도 수려하다.

허브나라로 들어가는 입구근처는 넓은 공간이 있어 단체객들이 자리를
잡기에 알맞다.

차길은 허브나라입구에서 그친다.

더 깊이 걸어올라가면 이름도 없는 소와 폭포를 여러 군데에서 만날수
있다.

상류로 올라갈수록 거대한 암석과 협곡들이 절경을 빚고 있다.

평창에는 이밖에도 금당계곡, 팔석정, 봉산서재등 무더위를 씻을수 있는
피서명소들이 많다.

6번국도를 빠져나와 장평이 마주 보이는 곳에서 우회전, 시골길을
가다보면 키 높은 절벽이 병풍처럼 서 있는 금당계곡이 나온다.

금당계곡은 최근 한탄강 순담계곡을 대체할 래프팅의 새로운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또 금당계곡 가는 길에 있는 팔석정은 조선시대 시인묵객과 유생들이
학문을 논한 곳으로 명필 양사언의 필적이 바위에 남아있다.

나지막한 절벽과 평야사이를 흐르는 개울물에 누워 있는 여덟개의
바위와 소나무들이 어우러진 경관이 더위를 쫓아낼 만큼 시원하다.

문의 평창군청 (0374)30-2541

< 봉평 = 노웅기자 >


[[ 가는길/숙박/맛집 ]]

봉평은 영동고속도로에서 둔내나 장평으로 빠져서 갈 수 있다.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둔내에서 들어가는 길이 훨씬 가깝다.

둔내에서 6번국도를 따라가면 허브나라, 흥정천계곡을 쉽게 찾을수 있다.

봉평읍을 지나 이효석문화유적지와 생가를 둘러보고 팔석정을 거쳐
금당계곡까지 간다 대중교통은 서울상봉터미널에서 평창행 직행버스를
이용한다.

오전9시10분부터 오후5시까지 하루 3회 운행하며 3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장평에서 하차, 봉평행 완행버스를 탄다.

봉평은 휴일 아침 일찍 서두르면 당일코스로 충분한 거리다.

그러나 하루밤 묵으려면 휘닉스파크의 호텔이나 콘도를 이용하거나
봉평면에 부촌장((0374)32-1923), 봉평장(32-5100)등이 있다.

봉평은 메밀꽃의 고장답게 메밀막국수가 별미다.

봉평읍내 막국수 전문집은 4군데.이중 읍내에 있는 진미식당이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곳이다.

순메밀국수는 3천5백원, 밀가루를 섞은 보통막국수는 3천원이다.

순메밀국수는 보통막국수에 비해 쫄깃한 맛은 덜하지만 구수한 맛이
살아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