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엔 메이저 우승자중에도 튀는 모습을 보이는 "기인 골퍼"가
많았다.

58년 US오픈 우승자 토미 볼트 (미국)는 워낙 성질이 불 같아
한라운드에도 몇개의 클럽을 부러뜨리는 기행으로 "선더 볼트"라 불렸다.

또 64년 브리티시오픈 우승자 토니 레마 (미국)는 그 당시 가장 유명한
플레이보이에 파티광으로 "샴페인 레마"로 불렸었다.

그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를 생전 처음 본 후 단 한번의 연습라운드후
바로 우승한 기록을 세웠다.

현대 골프의 "괴짜"로는 지난번 브리티시오픈 우승문턱에서 주저 앉은
예스퍼 파니빅(32.스웨덴)이 "만장일치"로 손꼽힌다.

그는 미 PGA투어에서 "외계인"으로 불린다.

그만큼 모든 행동이 "튄다"는 얘기다.

다음의 갖가지 일화들이 "외계인" 파니빅을 잘 설명해준다.

-지난해 미 스프린트 인터내셔널대회에서 파니빅은 2라운드가 끝난후
예선에서 탈락했다고 판단해 남은 경기를 포기한채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의 기록은 넉넉히 3라운드를 통과했다.

커트선을 잘못 계산했고 확인도 하지 않았던 것이 실수였다.

-그가 모자 챙을 꺼꾸로 올려 쓰는 이유는 플레이중에 얼굴을 태우기
위해서라고.

반대로 비행기안에서는 선글라스를 쓰는 습관이 있다.

-스웨덴의 한 대회에서 그는 우승의 열정에 불타며 대회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가서 보니 다른 도시로 와 있었다.

또 일주일에 비행기표를 4번이나 잃어 버린 적이 있다.

한번은 호텔방에 두고 나왔고 한번은 비행기의 식사 쟁반에 쓰레기처럼
버렸으며 또 한번은 항공사 카운터에서 떨어뜨렸다.

마지막 한번은 그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 이후 그는 비행기표 "보관 박스"를 항상 갖고 다닌다고.

-여행할 때 그는 성경과 코란 그리고 탈무드와 함께 벼개도 항상 갖고
다닌다.

호텔에서도 집과 똑 같은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는 가끔 점장이를 찾아간다.

그리고 "내가 투어에서 7승을 올린다고 그들이 말해도 난 행복하지 않다.

난 남의 앞날을 예측하는 그들의 인생이 더 궁금할 뿐이다"고 말한다.

<>.파니빅은 스웨덴에서 가장 유명한 코미디언의 아들이다.

그는 당초 록그룹에 관심이 있었으나 같은 연예계에서 아버지의 그늘에
가리기 싫어 골프를 선택했다.

파니빅은 미 플로리다의 팜비치대를 나왔으며 86년 프로가 돼 87년부터
유럽투어에서, 그리고 94년부터는 미 PGA투어에서 뛰기 시작했다.

유럽에선 3승이 있으나 미국에선 아직 우승이 없다.

그는 94년 턴베리 브리티시오픈때 2위를 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턴베리 오픈에서 그는 2타차 선두로 최종 18번홀에 들어섰으나 그걸
모르고 (스코어보드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버디만 잡으려 하다가 보기를
범해 연장 기회를 놓쳤다.

당시 닉 프라이스는 마지막 3홀을 "이글-버디-파"로 끝내며 역전
우승했다.

그 파니빅이 올해에는 "스코어보드를 봤기 때문에" 다시 2위에 그쳤다고
할 수 있다.

파니빅이 저스틴 레너드의 맹 추격을 몰랐다면 16번홀의 1m 버디퍼팅
미스를 비롯 17,18번홀에서 연속 보기로 무너지지는 않았으리란 생각이다.

그것은 분명 골프의 아이러니이다.

파니빅이 우승했더라면 "분위기가 너무 무거운" 메이저 골프에 산뜻한
청량제 구실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외계인"이라도 골프의 중압감을 벗어 날 수는 없는
모양이다.

< 김흥구 전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