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코틀랜드 로열트룬GC = 김흥구 전문기자 ]


마치 악마와 같은 백나인이었다.

티샷은 앞바람에 막히며 이리그 저리 휘날렸고 아무리 힘들여 쳐도
볼은 그린에 도달하지 않았다.

1백56명의 참가자중 로열 트룬의 후반 9홀을 수월하게 정복한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백나인에서 40타를 치면 아주 훌륭한 스코어였고 이븐파 언저리를
치면 무조건 선두권이었다.

악마의 이빨은 곳곳에서 트리플보기를 속출케 했다.

"천하의" 타이거 우즈도 그 "바람의 이빨"을 피하지 못했고 김종덕도
마찬가지였다.

1백56명중 후반에 40타 (5오버파)를 넘은 선수는 무려 93명이나 됐다.

그 결과 전반 평균스코어가 36.01타인 반면 후반은 40.18타로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18홀 평균은 무려 5오버파격인 76.19타로 언더파 스코어를 낸 선수는
고작 10명에 그쳤다.

제126회 브리티시오픈에 벌어지고 있는 로열 트룬의 백나인은 9홀
기준으로 할 때 이제까지의 모든 메이저대회코스중 가장 어려운 곳임에
틀림없다.

<>후반에 살아 남으면 무조건 선두

로열트룬GC(파71:36-35, 전장 7천79야드)의 전반 9홀은 오른쪽으로
바다를 끼며 쭉 내려가는 형태.

1라운드에서 전반 9홀은 내내 뒷바람에 훅바람이 불었고 꺼꾸로 거슬러
올라오는 후반 9홀은 앞바람에 슬라이스 바람이 휘몰아 쳤다.

그 벅차고 벅찬 후반 9홀중 6개 파4홀은 공히 4백31야드에서 4백65야드에
이르는 길고 긴 홀들.

선수들은 파온후의 버디는 생각지도 못하고 "어떻게 하면 별 탈 없이
그린 근처까지 가느냐"만을 궁리했다.

유명선수의 1라운드 성적분포를 봐도 전후반이 너무도 극명하게
대비된다.

타이거 우즈는 전반 1언더파 35타에 후반 2오버파 37타였고 톰 레이먼도
전반 2언더파 34타에 후반 5오버파 40타였다.

어니 엘스 역시 전반 35타에 후반 40타이고 김종덕은 전반 2언더파
34타에 후반 8오버파 43타로 6오버파 77타를 기록했다.

후반에 살아 남은 선수는 두말할 것 없이 선두.

4언더파 67타를 치며 공동선두인 짐 퓨릭 (미국)은 후반에 버디2,
보기2로 이븐파 35타를 쳤다.

전반의 버디 4개를 그대로 살린 셈.

또 다렌 클라크 (영국) 역시 짐 퓨릭과 똑 같은 스코어 분포로 공동
선두였다.

후반엔 2-3오버파를 쳐도 대만족이었다.

프레드 커플스 (미국)는 후반에 보기 3개로 38타를 쳤지만 전반의
5개 버디로 2언더파 69타였고 그렉 노먼도 후반 보기 2개로 37타였지만
역시 69타로 웃음지었다.

이들은 모두 공동 3위권.

후반에 3오버파를 쳐도 3위권이니 선수들의 "후반 몰락"이 얼마나
처절했나를 실감할수 있다.

한편 타이거 우즈는 버디4에 보기2,트리플보기 1개로 1오버파 72타를
쳐 공동 17위를 마크했다.

<>이상한 선수의 이상한 언더파

후반에 언더파를 친 선수는 단 한명.

모자 챙을 위로 접어 올리고 맘보 바지에 착 달라붙는 티셔츠를 입는
예스퍼 파니빅 (스웨덴)이다.

색다른 외모에 걸맞게 그는 후반 5홀을 남길때까지 버디 4개를 잡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그렇게 잘쳤어도 후반 스코어는 1언더파 34타.

그 34타 덕분에 그는 1언더파 70타의 공동 6위를 마크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