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상금 30만달러를 놓고 오는 7월 24일부터 벌어질 예정이던 FILA오픈
(남자대회)이 "대회 장소를 구하지 못해" 취소됐다.

FILA 오픈의 취소는 "한국 골프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다음이 그간의 사연이다.

<>지난해 관악CC에서 벌어졌던 FILA 오픈은 APGA투어 대회의 하나.

따라서 대회장소 섭외는 APGA투어측과 주최측의 공동 책임으로 볼 수
있다.

이에따라 APGA측은 이학부 회장을 통해 성남CC 사용을 확약했다.

그러나 그런 확약은 구두에 그쳤고 성남CC는 올 봄들어 "미국 투어프로
12명을 초청해야 한다"는 거의 불가능한 조건을 내세워 사실상 장소제공을
거부했다.

다급해진 휠라측은 KPGA와 함께 급히 장소섭외에 나서며 수원CC와 접촉을
가졌다.

그러나 수원CC도 무려 1억5천만원의 사용료를 요구, 협의가 결렬됐다.

휠라측은 "1억5천만원이라는 코스 사용료는 다른 골프대회주최측에게도
사용료 급등이라는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받아 들이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제까지의 코스사용료는 1억원선이 최대였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 문제는 APGA와 한국골프의 관계에 있었다.

휠라는 지난해 APGA대회 승인료로 5만달러를 APGA측에 지불했었다.

그런데 올해는 그 배가 훨씬 넘는 13만5천달러 (약 1억2천만원)를
요구했다.

원래 승인료는 총상금의 7.5%로 못박혀 있으나 대회운영비를 합해
그같은 금액을 요구한 것.

APGA의 급격한 승인료 인상은 사실 한국 골프대회 주최측들을 "만만히
본" 인상이 짙다.

APGA는 최근 "장소제공료로 5만달러를 지불할 용의가 있다"며 한 발
물러섰으나 휠라측은 "나가는 돈은 모두 휠라로 부터인데 APGA만 생색
내게 할 수는 없다"며 받아 들이지 않았다.

휠라측은 "일부에서는 불경기를 이유로 대회를 취소하려 한다고
말하지만 금년대회 예산은 이미 지난해 잡아 놓은 것이며 내년부터는
독자적으로 대회를 더 활성화 시킬 방침"이라고 천명하고 있다.

<>이같은 과정은 두가지 문제점을 제시한다.

우선 사정이 어떻든 "대회 무산"은 한국남자골프계를 위해 불행한
일이고 휠라나 APGA나 "장소를 못 구한 불성실"은 지적 당해야 한다는 것.

여기에 한국골프장업계 역시 장소부재로 이한 대회무산은 진정 부끄럽게
생각해야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두번째는 APGA투어와 한국골프의 관계 정립문제. 지난해 강욱순의 상금왕
등극 등 APGA투어가 한국 골프의 국제화에 어느정도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나 이번 "휠라 케이스"같은 과정은 APGA의 신뢰성 및 그 미래에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이에따라 골프계에서는 "아시아에서 일본다음으로 크고 세계 4위권
시장인 한국골프는 차제에 APGA에 연연하는 것보다 코리어 투어의 출범을
더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 김흥구 전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