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계절 5월.

야외로 나가면 자연은 온통 그린이 된다.

물오른 나무와 풀잎의 색깔이 싱그럽기만 하다.

그 중에서도 차밭의 푸른 빛은 더욱 눈부시다.

전남 보성군에 있는 보성차밭은 우리나라 최대의 녹차 재배단지.

전남 보성읍에서 남쪽으로 약 8km쯤 떨어진 활성산 기슭에 있다.

이리구불 저리구불 수없는 굽이길을 돌아가노라면 솥처럼 우묵 패인 봇재
(해발 2백10m)에 이른다.

멀리 남해바다가 보이는 봇재에는 보성사람들의 끈끈한 애향정신을 담은
애향탑이 우뚝 서 있다.

그 봇재를 병풍처럼 둘러싼 온 산에 녹색 카펫을 깔아 놓은듯 차밭이
펼쳐져 있다.

봇재는 농사에 필요한 물을 가둬놓은 인공저수지다.

이 일대에 차밭 조성이 계획된 해는 1939년.

일본의 차재배 전문업자들이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헤매다 이곳이 한국
제일의 차재배 최적지임을 발견했다고 한다.

차재배는 강우량이 연평균 1천5백mm 이상 될 만큼 비가 많아야 하고 아침
저녁으로 짙은 안개가 끼는 기후를 가진 곳이라야 한다.

이곳은 바다가 가까워 해양성기후와 육지로부터 불어오는 대륙성기후가
어우러져 차나무 생장에 더없이 좋은 천혜의 조건을 갖추었다.

1940년에 9천평을 개간하여 차나무 묘목을 심었다.

한때 2백만평까지 차밭규모가 커졌으나 수요감소로 지금은 90만평정도에
6백여만그루의 차나무가 재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맛과 향을 지닌 명차를 생산해 내는 보성다원은
우리나라 녹차생산량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녹향의 깊고 그윽함을 가슴에 가득 담고 귀로에
오른다.

보성이 차의 산지로 이름을 날리게 된 것은 신라시대때 보성 문덕면 대원사
주변에서 차를 재배하면서부터라고 전한다.

이를 일제시대때 일본인들이 되살린 것이다.

지금도 대원사 주변 3천여평에 야생차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밖에도 복내면의 당촌, 벌교 증광사지주변, 보성읍 자원사절터, 득량면
송곡에서 조성면 귀산에 이르는 산자락에 야생차가 자라고 있다.

보성군은 국내 최대 차산지로서의 재도약을 위해 오는 98년까지 보성차밭
규모를 1백50만평규모로 확장할 계획이다.

또 율포해수욕장에 해수탕과 녹차탕 등을 갖춘 실내레저시설을 오는 11월
까지 건립, 사계절 이용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한편 이달의 문화인물은 한국의 차경이라 불리는 동차송을 저술한 초의선사
(1786~1866년)여서 그의 차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 그리고 선차일미의
사상을 되새기게 되는 차의 고장 보성으로의 여정은 그윽한 풍류가 더해진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