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녀프로골퍼들이 아시아 정상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70년대초 이름을 떨쳤던 한장상.김승학시대에 이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런 평가를 가능케한 주역은 김종덕 (36.아스트라).

김은 96~97 시즌 아시안투어 최종전인 일 PGA 기린오픈에서 우승하며
투어 상금왕 타이틀을 획득했다.

김은 투어상금왕으로서 메이저대회인 97 브리티시 오픈에 출전한다.

한국프로로는 73년 김승학 프로 이래 24년만의 메이저출전인 것.

김은 브리티시 오픈외에 USPGA와 US오픈 출전가능성도 거론됐으나 이
두 대회에는 참가할수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

존 벤더 아시안투어위원장은 "USPGA는 당초 초청계획이 없는 대회이고,
6월에 열리는 US오픈은 이미 초청선수들이 확정됐기 때문에 올해에는
출전할수 없다"고 밝혔다.

김의 브리티시오픈출전이 명예라면 일 PGA투어 2년시드를 받은 것은
실속이라 할수 있다.

한국프로가 일투어에서 뛰려면 8단계의 까다로운 테스트과정을 거쳐야
하고, 투어성적이 뛰어나야 가능한 일이었다.

임진한 한영근 신용진이 일투어 자격증을 갖고도 실제로 일본무대에서
뛸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김은 향후 2년간 일투어 어떤 대회라도 출전할수 있다.

일투어는 상금규모가 크기 때문에 한 대회만 우승하더라도 "국내대회
1년농사"와 맞먹는다.

단 텃세가 심한 일본무대를 김이 얼마나 잘 견뎌내느냐가 과제라면
과제일 뿐이다.

여자프로들의 선전은 어제오늘 현상이 아니지만 올해에는 예사롭지
않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고우순(33)이 이미 시즌 2승으로 일 LPGA투어 상금랭킹 1위를 달리고
있고, 원재숙(28)은 지난주 끝난 가토키치 퀸스컵에서 우승했다.

현재까지 7개대회를 치른 97시즌 일 여자투어에서 한국선수들이 3승을
거두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고우순 원재숙 구옥희 이영미 등 8명의 한국선수들이 일 여자투어를
한국무대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원재숙은 지난4일 일본 사카이데GC에서 끝난 퀸스컵대회 3라운드에서
합계 6언더파 2백10타를 기록하며 우승했다.

국가대표 출신의 원은 일본에서만 5승째를 거두었고, 지난해 6월
산토리컵이후 11개월만의 정상 복귀였다.

물론 이 우승으로 시즌 상금랭킹도 7위로 뛰어올랐다.

김종덕과 재일 한국여자프로들의 선전에는 못미치지만 지난주 매경LG패션
오픈에서 우승한 신용진(33.팬텀)도 남자프로골프의 상승세를 입증하는
예다.

국내에서 열렸지만 이 대회에는 아시아권의 내로라하는 선수와 미 PGA
입성을 꿈꾸는 미국 캐나다등 외국선수들이 많이 출전했기 때문이다.

뜻있는 골프계 인사들은 "한국 남녀프로들이 이같은 상승세를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국내대회 안주에서 벗어나 해외 (특히 일본) 무대를
적극 노크해야 할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 김경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