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기 SK텔레콤배 배달왕기전(한국경제신문 주최, SK텔레콤 후원) 도전
5번기 제4국이 30일 한국기원에서 열렸다.

2승1패로 배달왕 4연패를 눈앞에 둔 이창호9단.

3전4기를 외치며 배달왕 타이틀에 4번째 도전한 조훈현9단.

승부의 세계에서는 사제지간의 정도 없다.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피말리는 수싸움만 있을 뿐이다.

이번 4국은 지난달 열린 LG배 세계기왕전 2국모습을 연상케 한다.

30수까지가 그 모습으로 거의 똑같다.

흑을 쥔 조훈현9단이 3,5,7로 미니 중국식 포석을 펼치자 이창호 배달왕은
화점포석으로 대응한 것.

백은 우하변에서 실리를 챙기고 흑은 하변에 거대한 세력을 구축했다.

LG배에서는 유창혁9단이 흑을 잡았었다.

이어 흑은 좌상귀에서 침투해 실리를 챙기면서 다소 유리한 국면을
이끌었다.

그러나 조9단은 좌변 중앙 흑65라는 악수를 둬 다시 형세를 원점으로
돌렸다.

검토실의 유창혁9단은 "65를 우상귀에 지켰으면 조훈현9단이 일찌감치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며 흑이 활기찬 모양을 보이자 대세를 너무
낙관적으로 판단해 실수를 범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기회를 포착한 이9단은 상변에에서 실리를 챙긴뒤 곧바로 우상귀에
침투하했다.

이어 두 기사는 상변중앙의 흑과 우상귀 백을 바꿔치기 하는 등 난타전을
전개, 바둑은 한 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한편 검토실의 기사들은 이 한판의 승부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물론 2승1패로 앞선 이창호배달왕이 승리하면 게임은 끝난다.

그러나 최근 조훈현9단의 기세가 만만치 않아 승부가 5국까지 갈 수 있다.

조9단은 올들어 동양증권배를 제패한데 이어 지난 28일 패왕전에서
"일지매" 유창혁을 3승1패로 꺾고 타이틀 방어에 성공,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또 올들어 이창호와 대결서도 50%에 가까운 승률을 보이고 있다.

11번 맞붙어 5승을 기록했다.

지난해 절대 열세를 보였지만 올들어 대등한 승부를 벌이고 있다.

< 김형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