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터즈 기간동안 대회 흐름을 집어내는 "매스터즈 읽기"를 연재합니다.

김흥구 전문기자는 9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스터즈를 현지 취재해온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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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4월14일 일요일 오후

= 그레그 노먼 (호주)의 4번홀 (파3,205야드) 4번아이언샷은 목표거리보다
3.6m가 짧으며 그린전방 벙커에 빠진다.

2온2퍼트로 보기.

오거스타 코스는 그가 1백번도 넘게 플레이한 곳.

결코 클럽선택이 잘못됐을리는 없다.

그런데도 샷이 3m넘게 짧았다는 것은 "뭔가 잘못돼 가고 있는 징조"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노먼은 자신의 스윙에 별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

이어 파5홀인 8번홀 (535야드).

228야드를 남기고 투온을 노린 노먼의 3번우드샷은 왼쪽으로 크게 휘며
깊은 언덕 밑으로 떨어진다.

드로를 걸었는데 그게 훅이 되다니.

노먼은 그제서야 "달라진 스윙"을 느낀다.

본인 입장에선 "스윙이 약간 잘못된 것"이지만 남들이 보기엔 "흔들리는
스윙"이다.

결국 노먼은 역사상 가장 쓰라린 역전패를 당한다.

그의 78타는 3라운드까지의 6타차 선두를 물거품으로 만들며 팔도에
우승을 내주고 만다.

<>.1991년 4월 14일 일요일 오후

= 신황제 톰 왓슨은 파5홀들인 13,15번홀에서 연속 이글을 잡는다.

메이저대회 최종라운드 막바지에서의 이글 두개.

그것은 "더 할 수 없이 드라머틱한 일요일 오후"를 의미했다.

사람들도 왓슨의 "우승 운"을 믿으며 진정 그의 컴백을 바랬다.

왓슨은 이안 우즈넘과 동률선두로 최종 18번홀에 들어선다.

그러나 그의 3번우드 티샷은 오른쪽 나무들 속으로 숨어버린다.

더블보기.

우승은 우즈넘 차지였다.

89, 90년 일요일 오후.

89년 연장 첫홀 (10번홀)에서 스코트 호크 (미국)의 불과 60cm 파퍼트는
홀컵을 스친다.

상대인 팔도는 그 홀에서 보기였다.

90년 연장전에선 레이플로이드의 11번홀 세컨드샷이 왼쪽 연못으로
사라졌다.

팔도에의 우승 헌납.

이상의 "역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매스터즈에서 싸워야 할 대상은 오직 매스터즈 자체뿐임"을
의미한다.

오거스타 내셔널 코스는 사실 쉽다.

가혹한 러프세팅도 없고 빽빽한 숲도 없으며 물 (수)의 존재도 다른
투어 코스보다는 간단하다.

그린이 어렵다고는 하나 매스터즈는 매년 같은 장소.

선수들은 자신의 손바닥 들여다 보듯 그린의 굴곡과 스피드를 파악하고
있다.

그런데도 선수들은 자멸한다.

몇년동안 끄떡없었던 스윙이 일요일 오후에 들어서서는 갑자기 흔들리고
평생을 통해 숱하게 넣었던 쇼트퍼트가 갑자기 홀컵을 외면한다.

노먼의 최종일 78타는 일년에 한두번 나올까 말까한 최악의 스코어이다.

다른대회라면 노먼이 과연 78타를 쳤을까.

매스터즈는 매스터즈를 이겨내야 한다.

매스터즈라는 타이틀이 주는 중압감, 매스터즈가 만들어낸 분위기,
어렸을때부터 유달리 꿈꿔오던 우승에의 염원등 매스터즈자체가 짓누르는
"무게"만이 싸워야 할 대상이다.

매스터즈에서 "운"이란 없다.

패자는 매스터즈라는 타이틀에 진 것이다.

세계 최고의 중압감이 아니라면 위에서 말한 패배가 설명되지 않는다.

매스터즈는 그런 대회이다.

< 골프전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