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9단의 칼날이 날카롭다.

이창호9단은 제1회LG배 세계기왕전 결승5번기대국에서 먼저 2연승을
거두며 "일지매" 유창혁9단의 예봉을 가볍게 요리, 1승만 더하면 초대챔프에
오르는 유리한 고지에 섰다.

이9단은 17일 열린 1국에선 불계승, 19일의 2국대결에서 3집반승을 거두는
등 유9단에게 완벽한 승리를 엮어냈다.

이창호9단에겐 이번2연승이 남다른 의미가 있다.

LG배를 대비해 그동안 유9단을 향해 칼을 갈았던 것이다.

지난해 이9단은 진로배 동양증권배 TV바둑아시아선수권 후지쓰배
96세계바둑최강전등 국제기전을 모두 휩쓸었으나 유독 우승상금
3억원대에 달하는 응씨배및 삼성화재배에서 유창혁9단의 덫에 걸려
중도하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바둑내용도 변화가 있었다.

이창호9단은 1국에서 초반부터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유9단의 특기인 싸움바둑에 맞불작전을 펼쳐 완벽한 항복을 받아냈다.

그러나 2국에서는 자신의 페이스로 바둑을 이끌었다.

중반전까지 실리작전을 구사해 미세한 우위를 유지, 종반전에 돌입하면서
멋진 끝내기로 승부를 결정해 "신산"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아직 1승이 더 거둬야 챔프에 오르지만 어쨌든 지난해 진 빚은 이번에
깨끗히 설욕한 셈이다.

국제기전 역대 전적도 4승3패로 유9단을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3국은 5월중순에 열릴 예정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