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골프"를 분석한다.

한국에서의 박세리와 "태평양을 건너간 박세리"는 어떻게 달라졌는가.

그녀는 과연 이번 알파인호주여자매스터즈에서 아주 잘 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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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다 버디, 최다 보기

현지에서 보내온 기록을 보니까 박세리는 이번대회에서 총20개의 버디와
이글1개로 참가선수중 최다 "언더파 홀"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 수많은 버디는 역시 수많은 보기로 상쇄됐다.

박은 이번에 더블보기 2개와 보기 11개를 범했다.

더블보기를 젖혀두고라도 라운드당 3개꼴의 보기로는 전혀 우승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세계무대.

정상권 선수들의 보기는 라운드당 1개꼴이 고작이다.

이번대회에서도 우승자 게일 그레이엄의 4라운드 총 보기숫자는 5개였고
캐이 웹은 4개, 로라 데이비스도 4개에 그쳤다.

박의 "최다 버디, 최다 보기"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우선 퍼팅은 세계 상위권 수준의 "평범함"을 나타낸다.

그레이엄, 웹의 버디숫자 18개와 데이비스의 17개에서 보듯 박의
버디퍼팅능력은 그럭저럭 견딜만하다.

그러나 "수많은 보기"는 "게임 관리능력"면에서 아쉬움을 준다.

그것은 전략적 측면에서 아직 성숙치 못함을 의미한다.

리드베터로 부터의 스윙교정이 "보기를 낳는" 기복의 주요인이라 할 수
있지만 그래도 남들보다 세배가 넘는 보기 숫자야 말로 박과 세계의
차이임은 분명하다.

그것은 지난해 삼성대회때 소렌스탐에 패한 패턴과 동일한 것으로
그녀가 철저히 연구해야할 문제로 보인다.

<> 더블보기 두개의 의미

박은 3라운드 12,13번홀에서 연속 볼을 물에 빠뜨리며 더블보기 두개를
범했다.

그 두개의 더블보기는 "달라진 코스"를 의미한다.

그린이 두개이고 연못이 "장식용"인 국내 코스에서는 샷이 어느정도
벗어나더라도 얼마든지 복구가 가능하다.

그러나 미국등의 외국코스,더우기 대회코스는 상황이 다르다.

그린을 에워싸거나 페어웨이를 파고 든 연못, 티샷낙하지점의 벙커 등
대회코스의 해저드는 거의 전부가 "전략용"으로 설계돼 있다.

물이 있으면 그 물을 만든 이유가 분명 존재하며 미스샷은 반드시
그 댓가를 치르게끔 돼 있는 것.

국내에서 10m 오차가 허용된다면 외국대회 코스는 3m로 그 허용범위가
좁아 지는 셈이다.

박이 볼을 물에 빠뜨리는 경우를 국내에서는 별로 본 기억이 없다고
볼때 이번의 "연속 워터해저드행"은 달라진 코스에 대한 수업료로
보여진다.

박은 그 수업료의 의미를 결코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가혹해야 한다

"스윙 교정이 얼마만한 부담인가"를 알고 있는 골퍼들은 대부분 박의
이번대회 성적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스윙교정엔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고 세계무대 노크엔 경험이 필요하며
결코 서두르지 말아야한다는 얘기들도 한다.

그러나 프로가 대회에 참가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 "우승"이어야 한다.

또 진정 위대한 선수는 그 "우승"을 아주 빨리 거머쥔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캐리 웹이 좋은 예이다.

그녀는 21세때인 95년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했고 미 투어 데뷔
무대였던 지난해에는 무려 4승과 함께 상금왕까지 차지했다.

박세리역시 목표가 세계 정상이라면 "넉넉한 여유"보다는 "1승의 시간"을
당기는 모습이 긴요하다.

골프의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흘러가는 법.

그녀는 "6위도 잘했다"는 평범함보다 "이글1개에 버디 20개의 6위"를
뼈아프게 생각해야 한다.

< 김흥구 / 전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