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봉수 구단은 싱글벙글이다.

예전에는 좀처럼 볼수 없었던 서구단의 모습이다.

그 이유는 단한가지.

지난해 최명훈 등 신예 기사들에 밀려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던
서구단이 국제기전에서 연승행진을 달리고 있는 것.

지난해 12월달에 시작된 진로배 세계 바둑 최강전에서 서구단은 30일
현재 파죽의 7연승을 달리고 있다.

여기에 연승상금 5만달러를 확보하고 있으니 신이 날수 밖에 없다.

"최근들어 마음을 비우고 대국에 임합니다.

이기겠다는 욕심을 내지 않으니까 쉽게 이기는 것 같아요"

서구단은 29일 일본의 왕리청 구단을 당당하게 불계로 꺾은 뒤 검토실에
들어오면서 이렇게 말했다.

겸손한 말이지만 서구단의 표정에서 "무리수가 없으니 이길수 밖에
없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이를 입증하듯 다음날 중국의 챠오다완 구단을 상대로 초반부터 4귀생을
하는 등 침착한 실리작전을 구사하며 완벽한 승리를 엮어냈다.

"저도 좀 둡시다"

이날 검토실에 있던 유창혁 구단은 축하의 한마디.

"대기업이 왜그래"

서구단은 웃으면서 가볍게 응수했다.

지난해 응씨배 우승, 삼성배 준우승 등을 하면서 수억원대의 상금을
챙긴 유구단을 빗대어 한 말이다.

검토실에 웃음 꽃이 핀 것은 당연.

서구단이 7연승을 달리며 확보한 상금은 9천만원에 가깝다.

연승상금 5만달러, 8개국 대국료 1천6백만원, 여기에 한국팀 우승
(20만달러)이 확정될때의 4만달러를 합산한 것이다.

더욱이 중국 일본의 내로라 하는 기사들을 꺾는 등 바둑도 침체기를
벗고 오랜만에 상승세를 타니 즐거울수 밖에 없다.

30일 현재 한국은 서구단외에 조훈현 유창혁 이창호 구단 등이 대기하고
있고 일본은 요다 구단, 중국은 마샤오춘 구단 등 최종주자만 남아있어
한국의 5연패가 유력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