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틴 컵"이란 골프영화가 상영됐었다.

케빈 코스트너와 르네 루쏘 주연이었는데 거기서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코스트너가 7번아이언으로 "멀리 보내기" 시합을 한다.

코스트너는 있는 힘껏 쳐서 2백야드 정도를 보낸다.

상대는 빙긋이 웃는다.

그리고 가볍게 하프스윙을 한다.

승자는 상대이다.

상대는 페어웨이 옆으로 난 아스팔트위로 볼을 보낸다.

볼은 아스팔트를 따라 하염없이 굴러간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도 비슷한 상황이다.

US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우승을 다투던 코스트너는 파5인 최종홀에서
물로 둘러 싸인 그린을 향해 투온을 노린다.

거리는 2백50야드.

볼은 물로 들어간다.

그러나 코스트너는 물가로 다가가 드롭하는 대신 그 자리에서 다시
온그린을 시도한다.

그린 전방의 물가로 다가가 드롭해서 치면 보기는 할 수 있고 파로도
막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코스트너는 "영화의 속성대로" 계속 물에 빠뜨린다.

그리고 5번 연속 "퐁당"후 6번째 온그린시도에서 다이렉트로 홀인
시킨다.

알바트로스아닌 알바트로스격으로 그 홀 스코어는 무려 12타.

영화속의 대사는 "가장 위대한 12타"로 나온다.

영화가 그리는 것은 "US오픈우승조차 고집으로 날려 버리는 영웅"이다.

그러나 골퍼들의 시각에서는 "머리가 굳은 자의 골프"일 뿐이다.

골프는 "어떤 클럽을 선택해서 어디로 치느냐"의 게임.

그 궁극적 목표인 스코어는 "스윙의 잘잘못" 이전에 "클럽선택과 전략"에
의해 이미 결정되는 법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