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부턴가 나는 "골프는 서드샷부터 비로소 시작된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파4홀을 예로 들때 티샷과 세컨드샷은 "머리 쓸 일"이 거의 없다.

그저 가지고 있는 힘과 기술을 "최대한" 발휘하면 될 뿐이다.

드라이버샷은 마음껏 질르면 되고 세컨드샷도 선택한 아이언대로
풀 스윙하면 된다.

그것은 다른 스포츠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그것은 테니스 처럼 최대한 강하게 치는 것이고 야구 처럼 최대한 멀리
치는 것이며 볼링 처럼 방향성 있게 릴리즈하는 것이다.

그러나 서드샷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서드샷부터는 "최대한의 개념"이 아니라 "조절의 개념"으로 게임을
해야한다.

그린사이드 어프로치나 퍼팅, 벙커샷은 가지고 있는 힘을 "일부러
죽이며" 조절해야 한다.

스포츠세계에서는 있는 힘을 전부 발휘하는 것보다 힘을 죽이며 조절하는
것이 훨씬 어려운 법.

서드샷이 퍼팅이 되건 짧은 어프로치가 되건 바로 거기서부터 진짜
"머리 쓸 일"이 생기는 셈이다.

그런데 골프의 핵심은 바로 "머리를 써야하는 샷"에서 스코어가 100%
결정난다는 점이다.

300야드 드라이버샷을 날려도 그 홀 스코어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

그러나 서드샷을 붙이거나 넣으면 반드시 1~2타가 줄고 반면에 서드샷을
미스하면 그 실수의 1타가 반드시 스코어에 보태진다.

"골프는 서드샷 부터"

이 개념만 확실히 갖고 필드에 나가도 스코어 패턴이 좋은쪽으로
발전할 게 틀림없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