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끝난 앤더슨컨설팅 세계선수권대회는 매치플레이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그레그 노먼과 스코트 호크가 맞붙은 36홀 결승전의 최종 36번째
홀 경기는 "하나의 샷마다 바뀌는 유리함과 불리함"을 드러냈다.

파5의 최종홀에서 노먼의 드라이버샷은 페어웨이 오른쪽 벙커행.

티샷만 보면 호크가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노먼은 벙커샷후 서드샷도 먼저 했다.

그 150야드 서드샷은 홀컵 오른쪽 3m에 안착했다.

누가보나 버디찬스. 주사위는 호크에게 넘어왔다.

호크는 100야드 서드샷을 4m로 붙였다.

호크의 서드샷은 불만스러울 게 없었다.

2m 안쪽 거리의 완벽한 버디찬스가 아니라면 차라리 노먼보다 먼저
버디 퍼팅을 하는 게 유리할 수도 있었기 때문.

TV화면에 나타난 호크의 그 버디퍼팅은 완벽했다.

순간적으로 사람들은 모두 그 퍼팅이 들어 가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볼은 홀컵 가장자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1cm라면 너무한 것 같고 아마 0.5cm만 홀컵쪽으로 흘렀어도 들어갈만한
퍼팅이었다.

주사위는 다시 노먼에 넘어왔다.

노먼은 왼쪽으로 약간 휘는 그 3m 버디를 정확히 홀컵 정중앙으로
떨어뜨렸다.

글쎄, 호크가 먼저 버디를 잡았으면 노먼이 그 퍼팅을 넣었을까.

1-2위 상금차이가 4억원이니 호크는 0.5cm 차이로 그 거액을 놓친
셈이다.

36홀이란 먼 길을 아무리 훌륭하게 달려 왔어도 승부는 마지막 0.5cm로
갈라진다.

골프는 너무 잔인한 게임 아닌가.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