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19,아스트라)의 패인은 무엇인가.

그녀는 최선을 다했고 기대이상 선전했다.

박에게 박수를 보내지만 그 박수속에는 미래를 위한 "분석"이 존재한다.

박은 보기싸움에서 애니카 소렌스탐 (26,스웨덴)에 완패했다.

박은 96 삼성월드챔피언십 여자골프대회 최종라운드에서 총 5개의
보기를 범했다.

이날 5개의 보기는 3라운드까지는 총 보기수인 5개와 같은 갯수였다.

반면 소렌스탐은 3라운드까지 4개에 이어 이날 단 하나의 보기만
범했다.

총 보기는 박의 절반인 5개.

버디는 박세리가 참가선수중 가장 많은 21개였고 소렌스탐은 19개.

박이 버디를 많이 잡았다는 것은 공격적으로 쳤다는 것이고 결코
"주눅들지 않았음"을 증명하지만 박의 2위는 결국 경기운영면에서
"격차"가 있음을 드러낸다.

2위를 차지한 헬렌 알프렛슨도 총 보기가 6개뿐이었다.

<>.보기는 대부분 3퍼팅이고 그것은 "위기속 파퍼팅 능력"의 차이였다.

소렌스탐이 최종라운드에서 첫홀 1.8m, 6번홀 1.5m 파퍼팅을 모두
성공시키며 보기의 위기를 넘겨나간 반면 박은 바로 그런 종류의 퍼트가
보기로 자리 잡았다.

소렌스탐이 3라운드까지 모두 60대스코어를 낸 점으로 미루어 최종일에도
결코 오버파를 칠리는 없다고 봐야하고 그러면 박의 "우승 가능스코어"가
예측 되는 법.

박이 그걸 모를리는 없었겠지만 결국엔 "후반 3보기"에서 보듯 박이
무너진 셈이다.

박은 최종라운드의 버디 5개가 너무 아까웠다.

박으로서는 보기의 갯수가 바로 "세계의 벽"이었고 정상과의 차이였다.

나이대로 "기복 많은 골프"를 친 박세리.

아쉬운건 "기회가 왔을때 잡아내는 골프"가 위대한 골프라는 것이고
박은 그 기회를 이제 한번 잃었다는 것이다.

<>.일동레이크GC에서 벌어진 대회 최종일 경기의 승자는 역시 지난해
우승자 애니카 소렌스탐.

그녀는 최종라운드에서 버디3에 보기1개로 2언더파 70를 기록, 4라운드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1타차 정상에 올랐다.

대회 2연패에 우승상금은 12만5,000달러.

8번홀까지 중간합계 12언더파로 공동 선두까지 올랐던 박세리는 후반의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하며 이날 이븐파 72타에 그쳐 3위로 밀렸다.

4라운드 합계는 11언더파 277타.

2위는 이날 66타로 솟구친 헬렌 알프렛슨 (스웨덴)이었다.

그녀는 바과 소렌스탐이 우승경쟁을 벌이는 사이 앞조에서 슬그머니
버디 행진을 벌이며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1타차 2위를 차지했다.

3위 박세리의 상금은 4만5,000달러.

소렌스탐은 이날 지난해 미상금랭킹 1위이자 US여자오픈 2연패의
강자답게 결코 흔들리지 않는 골프를 입증하며 "차분히" 정상고수에
성공했다.

<>.후반 9홀은 압박감과의 싸움이었다.

애니카 소렌스탐 (26, 스웨덴)에 세계 최정상의 견고함이 있었다면
박세리 (19, 아스트라)도 나이에 걸맞지 않게 강심장 골프.

그러나 인간의 한계는 숨막히는 승부앞에 어쩔수 없이 표출됐다.

박은 전반을 보기2, 버디3으로 막아 12언더였고 소렌스탐은 버디만
하나로 13언더.

그러나 박은 10번홀 티샷 벙커행으로 보기를 범해 중간합계 11언더파로
소렌스탐에 다시 2타 뒤쳐졌다.

박은 파5인 12번홀 (495야드)에서 6m버디를 잡아 1타차까지 추격했으나
소렌스탐은 14번홀에서 회심의 버디를 넣으며 도망쳤다.

4홀을 남기고 2타차. "끝나봐야 아는 게 골프의 승부"라지만 그
2타차는 소렌스탐의 차분함으로 볼때 꽤 크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파5홀로 투온이 가능한 15번홀 (460야드)은 박으로서 마지막 승부처.
이글이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고 버디라도 소렌스탐이 파이면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소렌스탐은 우드로 투온에 성공, 버디를 잡았다.

박도 3번아이언 세컨드샷에 이어 그린 전면 벙커샷을 붙여 버디를
잡았으나 여전히 2타 간격은 변함이 없었다.

박은 16번홀 (파4,380야드)에서 1.5m 파퍼팅을 미스 3퍼팅 보기로
3타차가 되며 완전히 기회를 잃었다.

<>.이날 하이라이트샷은 박세리의 9번홀 벙커샷.

박은 8번홀 2m버디로 소렌스탐과 동타를 이룬 후 9번홀 (파4,380야드)에서
드라이버샷이 우측으로 휘었다.

드롭후 경사면에서 친 세컨드샷은 다시 벙커였고 핀 까지 30m거리에서
친 서드샷도 핀을 지나 벙커.

보기면 다행인 그 상황에서 박은 그 10m벙커샷을 그대로 넣으며
갤러리들을 열광시켰다.

박으로서는 지옥에서 천당으로 온 셈. 그러나 그 상황에서도 소렌스탐은
5m버디퍼팅을 넣으며 "견고함"을 과시했다.

박에대한 갤러리들의 박수가 끝날즈음 홀컵에 떨어진 소렌스탐의
버디퍼트는 왜 그녀가 세계 정상급선수인지를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다.

분위기상으로는 소렌스탐의 퍼팅이 홀컵을 비껴가야 정상이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