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타이거 우즈가 있다면, 한국에는 박세리가 있다"

무서운 신예 박세리(19)가 한국 여자프로골프 역사를 새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박세리가 올해 4월 프로에 데뷔한뒤 첫 대회였던 6월의 95 금경
크리스찬디올여자오픈부터 지난주의 한화컵 서울여자오픈까지 9개 대회를
치르면서 세운 각종 기록들을 보자.

박의 성적은 우승 4회,2위 4회,6위 1회이다.

거의 전대회에서 1등 아니면 2위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초년생이 데뷔연도에 이같이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둔 것은 국내
남녀프로골프를 통털어 유례를 찾기 힘들다.

베테랑 구옥희가 지난 80,81년 2년에 걸쳐 6연승을 달성했으나 프로
데뷔후 2년이 되는 해였다.

박은 이같은 호성적으로 현재 2억1,870만원의 상금을 획득했다.

지금까지 국내 여자프로계의 단일시즌 최고상금은 95년 이오순의
9,214만원이었다.

1억원과 2억원의 2단계 벽을 한꺼번에 돌파한 것이다.

더욱 박은 시즌초반 3개대회에 출전치 않았고, 앞으로 남은 경기가
2개나 되는 점을 감안하면 놀랄만한 액수임을 알수 있다.

지난해 최상호가 기록한 역대 남자프로 시즌 최고상금 (2억1,935만원)
돌파는 시간문제다.

박은 프로에 데뷔하기 전인 92~95년에 이미 오픈대회에서 6승을
올린바 있다.

아마추어였기 때문에 상금을 받지 못했지만 그 상금도 환산하면
1억2,300만원에 달한다.

박은 경기측면에서도 여러가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여자골프 18홀 최저타수 타이기록인 7언더파 65타를 금년
동일레나운클래식 1라운드에서 세웠다.

아마추어였던 지난해에는 금경크리스찬디올오픈에서 54홀 최저타수기록인
16언더파 200타 기록을 수립한바 있다.

박은 금년 라운드당 평균타수는 70.62타이다.

이영미 (70.55타)에 이어 2위의 기록이지만 라운드수 (이-9라운드,
박-27라운드)를 비교하면 결코 1위 이상의 의미가 있다.

누가뭐래도 국내여자골프 1인자인 박은 이같은 각종 성적 덕분에 17일
일동레이크GC에서 열리는 삼성월드챔피언십골프대회에 한국대표로
선발됐다.

이 대회는 미LPGA투어의 하나로 세계 최정상의 여자프로골퍼 16명이
출전, 세계 1인자를 가리는 "여자 매스터즈"대회이다.

골프계는 박이 과연 이 대회에서 어느정도의 실력을 발휘할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박은 지난9월 제일모직로즈여자오픈 첫날 경기에서 미 LPGA투어
상금랭킹 1위 캐리 웹과의 대결에서 아쉬움을 보였다.

웹과 같은 조로 라운드한 박은 주무기인 드라이버샷이 한번도 제대로
되지 않았음은 물론 아이언샷 퍼팅 등 다른 부문에서도 웹과의 차이를
인정해야 했다.

또 홈코스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정신력면에서도 뒤진 모습을 보여
주었다.

월드챔피언십대회에는 웹을 비롯하여 애니카 소렌스탐, 멕 맬론,
헬렌 알프레드슨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만이 출전하므로 박으로서는
만만치 않다.

박은 6일 서울여자오픈우승후 "월드챔피언십대회에서 있는 실력을
발휘할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것"이라는 각오를 말했지만, 이 대회에서의
순위여하에 따라 그의 목표인 미국 진출시기가 결정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 김경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