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전 일이다.

우연히 접한 골프잡지에 골프에 대한 열성도를 체크하는 질문 50문항이
실려 있었다.

그 가운데 색다른 두 가지의 질문이 필자의 눈에 띄었는데 골프책에
관한 것이었다.

즉 마이클 머피라는 사람이 쓴 "왕국의 골프"와 로버트.워렌.윈드라는
사람이 쓴 "미국의 골프이야기"를 읽었는가 라는 질문이었다.

곧장 교보문고에 가니 머피의 책을 입수할 수 있었으나, 윈드의 책은
구하지 못했다.

그런 일이 있은 얼마 뒤 미국 여행을 하다가 페블비치골프장의
프로샵에서 "미국의 골프이야기"라는 책을 보았다.

값을 물으니 200달러를 훨씬 더 달라고 하여 너무 비싸다고 생각되어
다음 여행지가 뉴욕이었으므로 그곳에서 복사판을 구할 속셈으로 사지
않았다.

그러나 뉴욕에 가서 보니 그 책은 절판이 되어 복사판마저도 나오지
않는 사실을 알고 나서 페블비치에서 사지 않았던 것을 못내 아쉬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듬해 보스턴에 가게 되었다.

하바드대학 근처에 있는 서점에 들러 법윤리학등 몇 가지의 희귀본
책을 사면서 윈드의 책을 물었으나 역시 구하지 못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뉴저지의 파힐즈에 있는 미국골프협회본부에 들를
기회가 있었다.

보비.죤스를 기념하는 방에 들려 그가 사용하던 책들을 둘러 보았다.

그 가운데서 "미국의 골프이야기"를 발견하였다.

안내원에게 그 책을 구할 수 없겠느냐고 물었더니 뉴욕에 산다는
책딜러의 전화번호를 주었다.

전화를 걸어 보았으나 그의 대답은 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 와중에 우연히 일본의 어느책에서 로버트.워렌.윈드에 대해서
적어 놓은 글을 읽게 되었다.

윈드는 1916년 메사추세츠주에서 태어났다.

그는 예일대학과 영국의 케임브리지대학을 졸업했다.

특히 케임브리지대학을 다니는 동안 아일랜드에서 스코틀랜드에
걸쳐있는 골프장을 적어도 다섯번씩은 돌았다고 한다.

그는 벤호건과 더불어 "모건골프"라는 책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특히 "더 타임즈"라는 잡지가 특집으로 편찬한 "20세기의 인물"이라는
책은 그에 대해서 이렇게 적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버나드.다윈에 비견되는 문호이다.

그는 골프에 관한 해박한 지식은 대단하다.

그것들을 지적이고 미려한 문장으로 엮어 놓은 많은 명저들은 미국인들
사이에 널리 애독되고 있다.

골프의 마력에 대해서 수 많은 사람들이 적고 있지만 그를 넘을 만한
이는 아무도 없다"

그런데 얼마전 필자는 로버트.워렌.윈드의 "미국의 골프이야기"라는
책을 가지게 되엇다.

그 책은 1948년에 초판이 나왔는데 필자의 이야기를 듣고 골동품상을
돌다가 그 책을 발견했다고 하면서 선물로 준것이다.

이래서 필자는 골프를 좋아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윈드가 말년에 골프설계가에게 주어 지는 "도날드.로스상"을 수상한
사실을 음미하면 더욱더 골프에 대한 흥미가 진진해지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