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 한양대 의대 신경외과 교수 >

어지럼증이 일어나는 원인은 많다.

뇌간에 위치해 사람의 평형을 담당하는 전정신경이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될 경우 어지럼증이 생긴다.

어른의 경우 심하게 감기를 앓고난 후 갑자기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신생아나 유아가 홍역이나 볼거리에 걸린 다음에는 청력소실과 함께
어지럼증이 생긴다.

다른 질병을 치료하다가 투여하는 약제에 의해서도 전정신경이 공격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항생제나 아스피린에 의해서도 자주 손상을 받는데 어지럼증과 함께
보행장애가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수면제나 항히스타민제를 장기 복용하면 중추성 감각수용센터의 기능이
떨어지고 안개나 구름이 낀 것같은 비특이성 어지럼증이 생기기도 한다.

당뇨 동맥경화증 매독 알레르기질환 등 만성질환을 앓고난 후
후유증으로 일어나기도 한다.

만성중이염 수술로 전정막이 손상돼도 어지럽게 된다.

술에 의해서 급성 어지럼증이 생기기도 하며 계속해서 음주하게 되면
만성 소뇌장애까지 생겨 걸을때 뒤뚱거리고 가만히 있어도 흔들거리게
된다.

중추신경계인 뇌간 소뇌 대뇌의 장애에 의한 어지럼증도 다양하다.

주로 혈관에 이상이 생겨 병이 발생하는데 뇌혈관이 막혀 뇌실질세포가
죽는 뇌경색이 일어나는 사례가 가장 많다.

뇌간에 이상이 생기면 물체가 이중으로 보이고 발음이 이상해지고
입주위 감각이 둔해진다.

또 사지의 감각이 이상해지기도 하며 힘이 떨어지기도 한다.

소뇌에 병변이 있는 경우에는 여러 근육이 한꺼번에 어우러져 이뤄지는
운동이 어려워지며 몸의 균형을 잡기가 힘들다.

후두골에 병이 있으면 시야의 일부가 보이지 않거나 물체가 왜곡돼
보이는 환시가 나타난다.

측두골에 병이 생기면 가끔씩 의식을 상실하고 환시가 나타나며
이상한 냄새를 맡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신경섬유종증(양쪽 청각신경을 침범하는 뇌종양)으로 인한 어지럼증은
유전성이 입증됐다.

이런 중증질환과 다르게 앉았다가 일어나면서 느끼는 현기증은 머리에
피가 일시적으로 적게 흐르게돼 생기며 특히 고혈압약을 복용하거나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있는 사람에게 많다.

이런 현기증은 어지럼증과 다른 분야로서 특별히 치료할 필요는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