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보완하는 90년대의 스윙

<>.첫째는 "스윙의 변화"이다.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메이저 우승자는 기술보다는 남다른 정신력에
기인하는 수가 많았다.

새로운 선수들은 우승경쟁을 하다가도 막바지에 형편없이 휘는 볼을
치며 베테랑들에게 우승을 헌납하곤 했다.

파머나 니클로스, 트레비노의 스윙이 역학적으로 좋은 스윙은 결코
아니다.

그런데도 우승을 휩쓴 것은 게임관리나 집념 등의 스윙외적 강점에
연유했다.

그러나 현대골프는 진정 좋은 스윙을 가진 젊은 선수들을 대거
양산하고 있다.

현재 골프의 꽃이 피고 있는 20~30대초반 프로들은 모두 60년대이후
탄생으로 그들은 어렸을때 부터 자신의 스윙을 비디오로 분석하며
가꿔왔다.

여기에 체계적 교습과 장비의 발달도 곁들여져 그들은 언제 어디서나
흔들리지 않는 스윙을 갖게 됐다.

요즘엔 아무리 위기상황이라도 갤러리속으로 볼을 날리거나 토핑 등의
얼토당토 않는 샷을 치는 선수는 없다.

이번 대회에서 1타차 3위를 한 토미 톨스 (29, 미국)나 스티브 엘킹턴
등은 미투어에서도 "베스트 5"안에 드는 좋은 스윙으로 꼽히고 있다.

정신이 스윙을 지배하는 시대가 종막을 고하고 이제는 스윙이 정신력을
보완하는 시대가 된 셈이다.

그래서 절대강자는 없어지고 실력은 평준화 됐다.

골프가 아무리 "크레이지 게임"이라 하더라도 결국은 스윙이 스코어를
만드는 법.

이번대회 상위 20위권에 나열된 생소한 이름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오는 세월, 가는 세월

<>.둘째는 "가는 세월"이다.

닉 프라이스나 닉 팔도 등 90년대의 "소 영웅"들은 이제 내년이면
40대로 접어든다.

노먼은 42세가 된다.

현대골프에서 40대 골퍼의 메이저 우승은 90년 헤일 어윈 (당시 42세)의
US오픈우승 및 잭 니클로스의 86년 매스터즈우승 (당시 46세)이 고작이다.

프로의 세계에서 40대로의 전환은 우승확률을 크게 줄여 놓는다.

49년 12월생인 톰 카이트 (미국)를 보라.

미투어에서 19승을 올리는 등 90년대초반까지 총상금 랭킹 1위를 달렸던
그는 93년이후 전혀 침묵이다.

젊은 선수들은 하루가 다르게 쫓아오는데 기존의 베테랑들은 가는
세월을 막을 수 없다.

다음달에 47세가 되는 톰 왓슨은 그런면에서 이번에 "마지막 기회"를
잃은 느낌이고 노먼도 이제는 하향세로 접어들지 않을까 한다.

"영 파워"의 물결은 올해가 특히 거세다.

지금까지의 32개 미투어대회에서 7승이 "투어 첫 우승자"였고 그중
5승은 모두 20대골퍼에 의해 성취됐다.

기껏해야 2~3승에 그치던 예년의 "투어 첫승" 사례에 비추어 보면
"세대 교체"의 폭풍을 짐작할 수 있다.

캠퍼오픈 등 2승의 스티브 스트리커(29)나 혼다오픈 우승자 팀 헤론(26)
등이 바로 영파워의 주력부대이다.


<>기대에 못미치는 성취

<>.셋째는 의식의 변화이다.

우승하고 싶지 않은 프로는 없겠지만 그들은 "니클로스 시대" 만큼의
"집착"이 없다.

대회수의 증가, 총상금액의 증가, 메이저 1승으로 대번에 돈 방석에
앉는 요즘의 풍토는 "메이저 우승후의 자기 관리"를 어렵게 만든다.

골프를 휩쓸 것 같았던 어니 엘스를 비롯 올라사발, 리 잰슨, 엘킹턴
등은 객관적 평가에 비해 훨씬 기대에 못미치는 모습이다.

프레드 커플스도 마찬가지.

올해 가장 필사적으로 메이저 첫승에 매달린 선수는 필 미켈슨이다.

그는 이번대회에서 남다르게 폭염속 연습에 몰두하며 기회를 노렸다.

그러나 미아마골프를 평정했던 그도 메이저에서만큼은 매번 문턱에서
주저 앉고 있다.

집념이 있어도 "평준화 된 프로수준"은 의외의 우승자를 만드는 추세인
것이다.


<>후보는 없다

<>.결국 90년대의 골프는 "황제 없는 골프"이고 그 추세는 계속 될
것이다.

왓슨 이후의 "신신 황제" 타이틀은 캐리어 슬래머 (생애 통산 4개메이저
우승자)에게나 돌아갈텐데 아직 그런 후보는 보이지 않는다.

근접 후보인 팔도는 US오픈이나 USPGA에서 특히 취약한 모습.

그도 내년시즌엔 40대 골퍼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