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대우그룹은 골프에 대해 가장 보수적인 그룹으로 인식돼
왔다.

다른 재벌그룹들이 앞다투어 골프장을 건설 또는 인수하는 추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대우만큼은 초연했고 임직원들의 필드행조차
부담감이 있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근년들어 "대우의 골프"가 크게 바뀌고 있다.

김우중 회장이 사장단회의에서 "각사 회장이나 사장들은 가끔 골프도
치면서 의견교환을 자주 하시오"라고 말할 정도가 됐다.

대우는 대우자동차컵 여자프로골프대회도 지난해 창설했다.

변화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우가 골프장을 건설한 것이다.

대우의 골프장 건설은 겉으로는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골프장명도 지역이름을 딴 포천CC이고 기업명도 (주)서호레저이다.

<>.포천CC는 김회장의 부인인 정희자힐튼호텔회장 작품이다.

정회장의 골프 열정은 이미 유명한 얘기.

이근수 서호레저 사장은 지난해 한밤중에 국제전화를 받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이사장님 여기 코스가 아주 인상이 깊은데 한번 오셔서 봐야되지
않겠어요"

이런 전화는 외국의 골프코스에서 정회장이 직접 건 것이었다.

이사장은 그 다음날 첫 비행기로 미국이나 유럽으로 날라가 코스를
답사하고 운영상태를 배워야 했다.

포천CC의 코스설계를 놓고 회사측은 무척이나 고심했다.

"이왕 만들려면 최고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최고의 코스디자이너는 누구인가"

그들이 선택한 코스설계가는 게리 로저 베어드 (미국)라는 전혀 의외의
인물이다.

"피트 다이나 로버트 트랜스 존스 주니어, 그리고 잭 니클로스 등은
이미 한국에 소개된 설계이다.

코스는 한번 지으면 영원하다.

그러면 같은 스타일의 코스를 또 만들 필요가 있는가.

포천CC는 한국에서 유일하고도 가장 개성있는 코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게리 베이드를 선택한 대우 관계자의 변이다.

게리 베어드는 일반인에게는 생소하지만 다자이너 세계에서는 "독특한
개성과 고집"으로 이름난 인물.

그는 절대 같은 형태의 홀을 중복시키지 않으며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이나 후각까지 골프의 요소라고 믿고 있는 설계가이다.

그는 코스의 입지를 보고 자신의 철학이 수용될 여지가 없으면 절대
설계를 맡지 않는다고. 그는 물을 만들어도 그 흐르는 소리는 자연적
개울과 같아야 하고 조경을 하되 낙엽이 떨어져 그린이나 코스에 쌓이는
나무는 심지 않는다는 식이다.

그런 설계에 정회장의 "고집스런" 심미안이 가미되면 "극히 독특한
코스"가 나올수 밖에 없을 것같다.

<>.포천CC는 당초 개인 회원은 모집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그룹내의 극소수 법인회원만 이용하기에는 코스가 너무
아깝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결국 단 100계좌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분양키로 했다.

가격은 계좌당 1억8,000만원으로 신청은 10일부터 31일까지이다.

물론 전휴일 부킹 보장.

회원수나 등장한 "이름들"을 보면 부킹염려는 필요 없을 것이다.

27홀인 포천CC는 경기 포천군 신북면에 위치하고 있으며 내년 8월
개장 예정이다.

문의 779-7681.

< 김흥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