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디캡이 10내외인 4명의 골프 친구들이 있었다.

어느날 이들은 다음과 같이 의견일치를 보았다.

"골프를 한번 제대로 쳐보자.

기브없이 끝까지 홀아웃하는 등 규칙도 100% 지키고 보통 프로대회같이
4라운드 합계 스코어로 승자를 가려 보자"

이렇게 해서 그들은 멤버교체 없이 각자의 사정이 괜찮을때 마다 4번의
라운드를 연이어 하기로 했다.

언플레이어블 볼이나 해저드 관련 규칙 등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은
별 문제가 안됐으나 홀아웃 이행은 사실 시간이 더 필요했다.

따라서 그들은 페어웨이에서의 걸음을 빨리하며 시간을 벌었다.

<>.드디어 그들은 최종라운드를 맞이했다.

A가 5타차 선두이고 그 뒤를 B가 추격하고 있었다.

C와 D는 1,2라운드 성적이 부진, 사실상 탈락한 상황.

최종라운드를 앞두고 B가 선언했다.

"이번에 내가 말을 전혀 하지 않더라도 이해해 달라.

그것은 집중하기 위해서이다.

어떤 경우든 나는 지는 것이 싫다.

또 이렇게 제대로 칠때 승자가 되고 싶다"

최종라운드는 그들의 골프인생에서 가장 진지했다.

특히 B의 승부근성은 워낙 정평이 나 있었고 아마추어의 5타차는
순식간에 뒤집어 질수 있는 것이기에 승부는 예측불허.

17번홀까지 B는 A를 1타차까지 추격했다.

나중에 나온 얘기지만 B는 줄곧 "난 할 수 있다.

이 퍼트는 들어간다"등 혼잣말을 하며 투지를 다졌다고 한다.

드디어 18번홀.

오너인 B의 드라이버샷은 유감스럽게도 훅이 나며 OB가 되고 말았다.

4라운드 동안의 첫 OB였지만 그것은 너무도 치명적이었고 사실상
게임은 끝난 셈.

그러나 얘기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홀컵까지 150m거리를 두고 4번째 샷을 할때 B가 C에게 처음 말했다.

"난 아직 포기하지 않아. 이 샷을 그대로 넣으면 파 아닌가.

그러면 이길 수 있을꺼야"

물론 "OB 이글"을 노리던 B의 4번째샷은 들어가지 않았다.

B는 더블보기를 하며 "안전한 보기"를 한 A에게 2타차로 승리를
내주었다.

<>.다음은 라운드후 터져나온 각자의 결론들이다.

A-"승부란 이런 것이구나.

이제야 프로선수들의 마지막라운드 중압감을 이해할 수 있겠다.

골프는 어떤 상황에서든 리드하는 자가 유리하고 그래서 승부는
3라운드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내 분석이 주효한 것 같아 더 기쁘다.

최종라운드에 미스샷이 많았지만 그것은 골프승부의 "어쩔수 없는
일부"로 받아 들일 수 있다"

B-"결국은 내가 무너졌다.

특히 17번홀에서 1m퍼트를 실패한 것은 나도 마지막순간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한 격이다.

아쉽지만 오늘 라운드는 향후 내 승부, 내 골프에 많은 교훈을 던져
주었다"

C, D-"우리의 초반자세가 너무 안이했다.

A의 2타차 승리는 72홀동안의 샷이 모인 것이다.

승부는 언제나 이기려고 최선을 다해야 하고 이기려면 하나의 샷을
아껴야 한다"

"정확한" 승부 후 그들은 자신들의 골프가 한층 성숙된 느낌이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