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고시공부를 할때의 일이다.

어떤 학생은 시험에 임박해서는 머리를 감지 않는다.

또다른 학생은 손톱을 자르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학생은 여자를 보면 안좋다고 하면서 각별히 조심한다.

그럴때 필자는 남모르게 간직하고 있는 이야기 하나를 떠올리곤
했었다.

필자가 태어닌 어린시절을 보낸 곳은 남쪽의 조그마한 섬마을이었다.

농한기를 맞이하면 사람들은 할일이 없어서 노름판을 자주 벌였던 것
같다.

낮이면 주막집 앞마당에 멍석을 깔아놓고 윷판을 벌이는가하면 밤이
되면 어른들은 화투놀이를 했다.

그래서 필자도 국민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화투를 할수 있었다.

어른들의 흉내를 내다가 어깨넘어로 배운 화투의 수준이 높아져 때때로
또래들끼리 모여 앉아 성냥개비 내기 화투놀이를 벌였던 기억이 있다.

필자는 그때부터 아홉숫자를 좋아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아홉이란 숫자는 소위 갑오라해서 화투놀이에서는 최고의
끗발이었기 때문이다.

그후 필자가 국민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는 일체 화투놀이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화투로 인하여 집안에 불행한 일이 있었을 뿐아니라 화투놀이를
하는 동안 평소 느끼지 못했던 친구들의 추한 모습을 자주 보게 되어
그것이 몹시 싫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필자가 골프를 배운 이래 내기골프를 잘 하지않은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도 어렸을때의 그런 기억이 남아 있기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필자는 앞서가는 자동차 번호판을 보면 금방
끗수를 계산하는 버릇이 남아있다.

물론 여전히 아홉숫자를 좋아하는 습성도 남아있다.

또한 대사를 앞두고 아홉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면 어쩐지 행운이 따를
것으로 믿는 버릇이 있다.

그래서 골프장에 가서 락커키를 받았을때 아홉끗 숫자를 받게되면
그날 골프는 왠지 잘 되리라는 생각을 가진다.

반대로 38이나 47 또는 56 등의 번호키를 받게되면 왠지 불안감을
떨칠수 없다.

참으로 웃기는 일이 아닐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필자는 그런 버릇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얼마전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듣고 고소를 금치 못했다.

잭 니클로스는 한동안 안젤로라는 전속 캐디와 함께 플레이를 했다.

그리고 그는 안젤로가 라운드전에 자기에게 3개의 하얀 티를 건네주고
세컨드홀의 티샷전에 "Good Luck!"하고 인사하는 것을 특별히 좋아했다고
한다.

어느날 안젤로는 티를 주는 일은 제대로 하였으나 두번째 예정된 일을
잊고 있었다.

그러자 잭 니클로스는 세컨드홀의 티잉그라운드에 오랫동안 서있다가
안젤로에게 말을 건넸다.

"안젤로, 자네 무엇인가 빠뜨리지 않았나?"

"아니요"

"잘 생각해 봐"

"아! Good Luck, Boss!"

그러나 잭 니클로스는 "고마워"하면서 멋진 티샷을 하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6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