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꽃이다.

4월에 접어들면 산은 온갖 꽃으로 꽃동산을 이룬다.

꽃향기에 흠뻑 취한 봄산의 풍경은 그야말로 한폭의 동양화요, 동화속의
정경을 연상시킨다.

등산중앙연합회의 조승렬이사가 추천하는 대표적인 봄꽃인 진달래 벚꽃
철쭉으로 성장한 산 세곳을 안내한다.

*** 선운산

미당 서정주의 "선운사 동구"라는 시와 송창식의 노래로 유명한 선운산
선운사는 봄에 피는 동백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벚꽃길로도 소문나 있다.

춘백이라 불리는 선운사 동백은 4월초부터 피기시작, 월말에서 5월초까지
절정을 이룬다.

동백나무는 선운사 오른쪽 비탈에서부터 절위로 500평되는 산에 3,000여
그루(천연기념물 제 184호)가 빽빽이 들어차 있다.

나무밑둥의 지름이 80cm가 넘는 것이 많은데 이 정도면 수령이 500년쯤
된다고 한다.

동백꽃이 한창 피는 4, 5월에 선운사에 들어서면 대웅보전이 마치 꽃병풍을
두른듯 일대 장관을 연출한다.

동백이 한창 자태를 뽐낼때 벚꽃도 흐드러지게 만개한다.

선운사주차장에서 일주문까지 약 2km가량 이어지는 벚꽃길은 벚꽃터널을
형성한다.

선운사 관광단지에서 벚꽃터널길을 따라 1km가량 걸으면 "선운사 동구"를
새긴 미당 서정주의 시비가 마중한다.

"선운사 골짜기로 /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
동백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산에 오르면 진달래도 곳곳에 함께 피어 봄철에 선운사를 찾으면 온통
꽃향에 취하여 걷게 된다.

<> 여행메모 =호남고속도로 정읍IC를 나서면서 바로 U턴하여 서해안쪽으로
30km정도 달리면 된다.

선운사입구 관광단지에 위치한 산새도호텔(0677-61-0204)에는 서해안
바닷물을 끌어들인 해수탕이 마련돼 있어 등산의 피로를 씻을수 있다.

선운산나들이길에 빼놓을수 없는 것은 이곳의 별미인 풍천장어와 복분자술
을 맛보는 일.

이곳 장어는 쫄깃거리며 흐트러지지 않아 장어중의 장어로 꼽힌다.

장어와 함께 선운산에서 나는 산딸기로 담근 복분자술을 곁들이면 최상의
스태미나식이 된다.

삼거리의 신덕식당(62-1533)등에서 맛볼수 있다.

*** 칠갑산

충남 청양군 정산면에 위치한 칠갑산(561m)은 산중에 명당자리가
일곱군데나 있다하여 붙여진 산이름이다.

봄이 되면 등산로엔 벚꽃과 진달래 철쭉이 수를 놓아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룬다.

오솔길로 이어진 등산로는 가파르지도 않아 아베크 산행코스로도 적합하다.

벚꽃은 대치터널에서 한치재까지 올라가는 길에 만발해 있다.

한치재를 넘어서면 나타나는 칠갑산장이 산행의 기점이다.

칠갑정에서 정상까지는 약 1시간거리로 진달래꽃밭을 걷는다.

50여평 넓이로 잔디밭을 이룬 정상에 서면 사방이 확 트여 시원하고
장쾌하다.

서남쪽능선을 타고 장곡사로 하산하는 길 중간중간에 철쭉군락을 만날수
있다.

총산행은 3시간정도 걸린다.

신라 문성왕때 보조선사가 창건한 장곡사는 두개의 대웅전(상대웅전과
하대웅전)을 지니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귀로에는 인근의 도고나 온양에 들러 온천욕으로 산행의 피로를 풀수 있는
코스다.

<> 여행메모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청양가는 직행버스가 하루 15회 운행
한다.

첫차는 오전 7시38분.

청양~장곡사간은 시내버스가 수시로 운행한다.

한남대교 남단에서 장곡사까지는 172km로 자동차로 약 3시간이 걸린다.

숙박은 한치고개의 칠갑정이나 장곡산장(0454-42-6772) 이용.

장곡산장에서는 산채백반과 토종닭백숙이 별미다.

*** 모악산

전북 김제군과 완주군에 걸쳐 있는 모악산(801m)은 금산사가 자리잡아
더욱 유명하다.

"금산사춘경"은 예로부터 호남4경중의 하나로 손꼽혀 왔을 정도로 봄경치가
으뜸이다.

4월의 모악산은 진달래 벚꽃 철쭉등의 봄꽃들로 아름다운 꽃동산을 펼친다.

산행은 금산사입구의 주차장을 출발, 벚꽃나무 터널과 극락교, 일주문을
지나 금산사에 닿으면서 시작된다.

금산사는 백제때 개창된 고찰로 후백제의 견훤이 아들 신검에 의해 갇혔던
절이기도 하다.

금산사를 벗어나 심원암 뒤쪽의 능선을 오르면 금동계곡과 금산사계곡이
좌우로 보이며 능선에서 정상부근까지 가는 길에는 온통 산죽밭과 진달래가
군락을 이뤄 꽃구경을 만끽할수 있다.

정상에서는 주변에 높은 산이 없어 전망이 호쾌하다.

김제평야와 만경강이 그림처럼 드리워져 있고 전주시내와 운장산이 달려
오는 듯하다.

오너드라이버인 경우 모악정과 금산사계곡을 거쳐 금산사로 다시 내려오는
하산길을 택한다.

총산행엔 4시간 소요.

<> 여행메모 =서울~전주는 고속버스나 열차이용.전주~금산사간은 시내버스
가 수시 운행한다.

숙박은 금산사 종합상가내의 모악산장(0658-43-4411)을 이용한다.

이밖에 진달래가 아름다운 산으론 불국산(의정부) 서운산(경기안성)
화왕산(경남창녕)등이, 철쭉명산으론 소백산 지리산 덕유산 월악산등이
꼽힌다.

<노웅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