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가 가사중에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라는 구절이 있다.

골퍼들도 툭하면 그런 심정이 된다.

적어도 한라운드에 서너번은 "난 참 바보처럼 샷 했군요" 식이다.

"바보같은 샷"은 토핑이나 뒤땅, 슬라이스같은 "기술적 미스샷"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골프에서 그런 미스샷은 언제 어느때나 불가피하다.

내가 세번 미스샷을 내면 다른 골퍼도 세번 미스샷을 내는 게 골프이다.

"바보같은 샷"의 대표주자는 "전략 없는 샷"이다.

약간만 "머리를 쓰면" 파가 가능한데도 그 머리를 쓰지못해 더블보기
이상으로 무너져 자신을 한심하게 만든다.

<>.몇가지 예를들어 보자.

그린의 왼쪽은 경사가 급한 법면으로 돼있고 벙커도 그 쪽에 있다.

반면 그린 오른쪽은 비교적 평탄하고도 넓은 지형이다.

그러나 깃대는 그린 왼쪽에 치우쳐 꼽혀져 있다.

이때도 99%의 골퍼들은 핀을 향해 샷을 한다.

결과는 뻔하다.

볼은 대개가 그린 왼쪽으로 흘러 내려간다.

벙커를 넘었더라도 그 골퍼는 높은 언덕을 넘기면서 그린으로 부터
타이트하게 붙어있는 핀을 향해 쇼트어프로치를 해야한다.

이 경우 기껏해야 보기가 가능할 뿐이다.

볼이 타깃보다 오른쪽으로 날았다면 "온그린 아니냐"는 가정은 설득력이
없다.

타깃보다 오른쪽으로 날라가는 골퍼의 샷은 언제든지 왼쪽으로도
치우칠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골퍼가 지형을 감안한 "전략골프"를 쳤다면 설사 온그린이
안됐더라도 파가 가능하다.

여기서의 전략골프는 그린 오른쪽을 겨냥한 샷을 뜻한다.

그 경우 샷이 왼쪽으로 치우치면 핀을 향해 떨어질 것이고 오른쪽으로
날아 그린을 벗어 났어도 평탄한 지형에서 편안히 핀에 붙이는 샷을 할수
있다.

그날의 구질도 예가 될수 있다.

주말골퍼들의 드라이버샷은 종잡을수 없지만 아이언샷은 대개 패턴이
일정하다.

라운드 초반 아이언샷이 오른쪽으로 날면 그날 내내 오른쪽으로 가는게
아이언샷 속성이다.

그러나 골퍼들의 고집은 너무도 세다.

아무리 계속 오른쪽으로 아이언샷이 날아도 골퍼들은 우직스럽게 핀을
향해 샷을 한다.

그 경우 열번 쳐서 열번 모두 샷이 오른쪽으로 치우 친다.

따라서 초반 2, 3개의 아이언샷이 한 방향으로 치우치면 그같은 구질을
감안해서 쳐야 한다.

평소보다 왼쪽을 겨냥해 치는 것이다.

구질을 필드에서 바꾸려 하면 더 큰 불상사가 나타나는 법으로 그날의
구질과 타협해서 "전략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현명하다.

<>.여기서의 문제는 골퍼들의 의식이다.

핸디캡이 높은 골퍼 일수록 우선 기술을 중시하고 전략은 아예 무시한다.

그러나 핸디캡이 내려 갈수록 "지형을 관찰한 후 그에따른 의도적 샷"을
재미있어 한다.

골프의 참 맛은 자연을 이용하는 샷에 있다.

그러러면 생각하는 골프를 해야한다.

머리를 쓰면 3-5타는 줄일수 있지만 기술만을 중시하면 스코어는 같다.

기술적으로 미스샷을 내는 횟수가 바로 그때 당신의 스윙실력이고
그 실력이 필드에서 갑자기 개선 될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