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노비문서"로 불리는 프로야구 신인지명제도가 위헌판정을 받아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서울지법 남부지원 민사합의1부 (김태훈 부장판사)는 28일 오전
임선동 (연세대 졸업 예정)이 LG트윈스를 상대로 낸 "지명권 효력정지 및
방해금지 가처분신청" 결심공판에서 "현행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신인지명제도는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현저하게 침해하고
독점규제와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도 위배돼 지명권은 무효"라고
신청인 승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날 "현행 KBO의 드래프트 규정이 선수 자원이 빈약한
현 상황에서 8개구단의 지나친 경쟁을 막고 무분별한 국제스카우트에서도
국내야구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임선동은 프로야구에
참가하거나 지명권 행사에 동의한 사실이 없는데다가 한.일선수계약협정에
명시된 "한국구단과 계약중이거나 보류중이거나, 혹은 비현역선수"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재판부는 "임선동에 대한 LG트윈스의 지명권 효력이 정지됨은
물론 LG가 임선동의 진로에 대해 일체의 방해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지난달 2일 한국과 일본의 양국 커미셔너가 "LG의 동의
없이는 입단을 허락할수 없다"고 합의문을 발표한데 관해 "이해 당사자인
임선동과 LG사이에서 지명권이 공적인 유권기관에 의해 무효임이 확인되면
LG의 동의에 갈음하여 입단계약을 승인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임선동의 일본진출은 물론 앞으로 고교 또는 대학을
졸업하는 선수들은 팀 선택이나 해외진출이 국내구단의 지명여부와
관계없이 자유로워졌으며 KBO는 국내야구를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규약 개정은 물론 미국과 일본야구기구와 맺은 협정서를 전면 재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