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칠단, 유창혁 육단, 양재호 구단, 최규병 칠단, 최명훈 사단"의
정예멤버가 출동했다.

상대는 중원의 패자 마 샤오춘도 열도의 고바야시 사토루기성도 아니다.

기껏해야 아마5단에서 6급까지의 아마추어. 충암연구회소속기사들이
14일 서울대 경영대학 기우회창단축하 지도다면기를 위해 관악캠퍼스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오래전 서울대-도쿄대의 바둑교류전때 유창혁, 최규병 등이 업저버
자격으로 참가한 적은 있지만 대학행사에 정상급 기사들이 이처럼
대거 참가하기는 처음이다.

파격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이들의 나들이를 주선한 사람은
서울대 경영대의 김성기 교수.

경영대 기우회 지도교수인 김교수는 생활이 어려운 충암기사들에게
후원자를 연결해 주는등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초청료 등 행사경비는 박종석주택은행장이 거들었다.

최규병 칠단은 "평소 도움에 보답하는 뜻에서 기꺼이 응했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유창혁, 양재호, 최규병만 초청하기로 했는데 학생들의
요구로 이창호와 최명훈을 추가로 섭외했다"고 말하고 세계일인자
이창호를 이런 자리에 불러내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기우회 회장 노태권씨(경영대2.24)는 "법대 등 다른 대학친구들이
다면기에 끼워달라고 졸라 애를 먹었다"며 프로기사들의 행차에
고마움을 전했다.

4점에서 9점치수로 진행된 다면기장의 열기는 곧이어 벌어진 사인회로
이어졌다.

사인회의 인기는 아무래도 이창호 칠단의 몫.

1시간가량 계속된 사인회는 학생들이 "동양증권배 우승하세요" 등
격려의 말과 사진촬영 악수 등을 요청해 시종 활기찬 분위기.

여간해서 표정이 이창호 칠단의 얼굴에도 이날만은 웃음이 가득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