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골프대회 출전을 원하는 여자. 골프의 성대결을 주장하는 여자.

블랙잭,룰렛등 도박이 취미이고 포커를 즐기는 여자. 당구도 프로소릴
듣는 여자. 남자프로만큼 거리를 내는 여자. 체중이 80kg이 넘는 여자.
이세상의 모든 게임은 "이기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주장하는 여자.

그런 여자프로가 한국에 온다.

이름하여 로라 데이비스(31,영국). 로라 데이비스는 제6회서울여자오픈
(6-8일,프라자CC)과 95미LPGA투어대회인 삼성여자세계골프선수권대회
(12-15일,제주파라다이스GC)에 연속 출전하는 "거물중 거물"이다.

그녀는 자료상으로 나타난 실력만으로도 세계 최정상급. 로라는 지난해
미LPGA투어 상금랭킹 1위이며 85년 프로가 된후 총 39회나 각종 국제대회
에서 우승했다.

87년엔 US여자오픈,94년엔 USLPGA선수권을 따내며 메이저대회에서도
강심장임을 입증했다.

<>.우승횟수보다 더 흥미있는 것은 그녀의 골프스타일. "로라"라는
이름은 극히 여성적이지만 골프는 극히 남성적이다.

그녀는 미투어 부동의 장타자이다.

지난해 평균 드라이버샷거리는 253.1야드로 물론 랭킹 1위. 신장 177cm에
80kg의 "거구"에서 나오는 "파워 드라이브"는 남자이상의 장쾌함을 선사한다.

여기에 파5홀의 세컨드샷도 흔히 드라이버로 치는 "공격성"도 흥미롭다.

다음이 바로 그녀골프를 설명해 주는 몇가지 사실들이다.

- 1980년 영국의 한 여자대회. 리프훅GC의 첫홀은 173야드의 파3홀이었다.

세찬 비가 내리는 가운데 바람도 거의 앞바람으로 동료선수들은 한결같이
우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16세의 로라는 아이언을 잡았고 볼은 깨끗히 그린을 갈랐다.

놀란 동료가 "도대체 몇번 아이언이냐"고 물었더니 "7번"이라는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 88년 캠퍼오픈이 벌어진 하와이의 프린스빌GC. 559야드의 파5,2번홀에서
로라는 무려 341야드의 드라이버샷 거리를 냈다. 5번아이언으로 투온
시킨후 간단히 버디.

- 같은해 볼티모어CC의 US여자오픈. 로라는 558야드의 파5홀에서
세컨드샷도 드라이버로 쳤고 볼은 그린을 오버했다.

이같은 그녀의 공격성에 기인, 학창시절 그녀의 선생들은 "골프선수가
돼 돈을 벌기는 애초에 생각지도 말라"고 타일렀다.

그러나 로라는 지난해 여자프로골퍼로는 처음으로 단일시즌 총상금
1백만달러 돌파선수가 됐다.

<>."신체접촉이 없는 스포츠가 골프인데 왜 남녀대회를 구별하느냐"는
것도 그녀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자격만 주어지면 여자투어가 아닌 남자프로투어에서 뛰겠다"는 게
그녀의 바램.

그녀 주장대로라면 이세상에 남녀스포츠의 구별이 있을수 없는데
한편으로는 골프이기 때문에 "이해될수 있는 구석"이 있는것 같다.

시간만 나면 카지노에서의 갬블을 하고 집안에 당구대를 설치,내기당구도
즐기는 로라 데이비스. 그녀의 한국행은 국내골프팬들에게 흔치않은 "볼
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김흥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