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을 빼 놓고서 질병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동통,발열,발적,종창,기능장애로 특징지워지는 염증은 상해에 대한 생체의
보호반응인데,우리가 알고 있는 질병은 대부분이 염증질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령 염증이 위에 있으면 위염,간에 있으면 간염,신장에 있으면 신장염인데
,오늘 설명할 갑상선염은 바로 염증이 갑상선에 있는 질환이다.

갑상선염은 발병원인과 진행경과에 따라 여러가지로 분류되는데,가장 많은
것은 "하시모토병"이라고도 하는 만성 갑상선염이다.

일반인들은 "무슨 무슨 염"하면 무조건 세균감염에 의해 곪은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만성 갑상선염은 자기 갑상선 조직에 대한 면역반응이
일어나서 자가항체를 만들고 자기 갑상선조직을 스스로 파괴시키는 소위
"자가면역반응"에 의해 갑상선에 염증이 초래된 것으로 세균과는 무관하다.

매우 서서히 진행되는 만성 갑상선염의 일상소견은 병의 진행정도에 따라
다르다.

초기에는 별 증상이 없어서 환자가 느끼는 유일한 증세는 갑상선이 커지는
갑상선종으로,예민한 사람들은 목이 답답하든지 목에 뭔가 걸려 있는 것 같은
이물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본인보다는 친구나 가족들이 발견하는 경우가 많으며,한동안 시간이
지나 갑상선이 더욱 커지고 세포도 많이 파괴되어 호르몬이 부족해지면,
지난 주에 설명한 갑상선기능저하증의 증상을 느끼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영류라는 병증이 갑상선염에 비유되는데,영류는 전신의
기혈이 고루 순환되지 못하고 응체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하였다.

아울러 병적으로 기혈이 얽혀 있다는 영은 근심과 성냄이 주된 발병인자
이며,병적으로 기혈이 정체되어 있다는 류는 과로와 욕심으로 인체가
허약해진 틈을 타서 사사로운 기운이 침범하기 때문이라 하였다.

근심,걱정,성냄 등의 온갖 스트레스는 확 풀어 헤치고,욕심부리지 않으면서
절제있는 생활습관을 영위하는 것.

쉽고도 어려운 이 방법이 비단 영류뿐 아니라 모든 질병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리라!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