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 홀인원이 국내에서 나왔다.

아마추어골프 국가대표 감독인 민영호씨(46)가 주인공으로 지난1일
우정힐스CC 7번홀이 그 무대가 됐다.

유종구씨 등 3명의 프로와 백티를 사용해 라운드하던 민감독은 길이
216야드인 이 홀에 이르렀다.

오너인 민감독은 흐린 날씨에다 이날따라 깃대가 그린뒤편에 꽂혀있어
홀길이를 246야드로 낙낙히 계량하고,과감하게 드라이버를 뽑아들었다.

의아한 동반플레이어들의 시선만큼이나 민감독 자신도 오른쪽이
워터해저드, 왼쪽이 벙커군인 이 홀에서 온그린만시키면 족하다고
생각하고 티샷을 날렸다.

"딱"소리와 함께 볼은 깃대를 향해 곧바로 날았고, 민감독은 순간
"들어간 것 같은데"하며 반신반의의 코멘트를 했다.

그러나 동반플레이어들은 잘맞은 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가벼운 내기가
걸려있는 터라 "에이, 설마"하고 짐짓 묵살했다.

민감독에 이어 3명의 프로들은 스푼으로 티샷을 하고 그린으로 가보니
잘맞은 볼 2개는 온그린됐는데,더 잘 맞은 볼 한 개는 보이지 않았다.

가만히 살펴보니 홀컵 7m 전방에 디봇이 있었다.

거의 반사적으로 홀컵으로 향한 민감독은 깃대를 의지해 홀컵밑바닥에
얌전히 자리잡고 있는 볼을 발견했다.

민감독의 입에서는 "그러면 그렇지"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스크래치플레이어인 민감독은 백티사용과 높은 코스난이도에도 불구하고
홀인원 덕분에 79타를 기록했다.

지난73년 로얄CC에서 첫 홀인원을 기록한 민감독은 그뒤 용평(7번홀)
골드 (14번홀)CC에서 기록을 추가했고,이번이 생애 네번째.

드라이버 홀인원은 물론 민감독으로서는 처음이었고, 이 홀에서도 최초의
것이라고.

그는 라운드후 "홀인원치레"를 하려 이 경기과를 찾았으나 회식비나 식수
등 일체를 사양하는 이 골프장측의 정중함에서 홀인원의 기쁨을 배로
맛보았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