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경희대 한의대교수>

바야흐로 계절도 가을의 막바지에 이르러 땀흘릴 기회가 많이 줄어들었다.
그런데도 아직껏 땀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다.

무더운 여름철에는 누구나 땀을 흘리기때문에 흉이 되지않지만 바람이
선선한 요즘에도 땀때문에 고민한다면 이건 좀 문제가 있다.

지난주에도 설명하였듯이 한의학에서는 "한혈동원"이라 하여 땀을
피만큼이나 소중히 여기고 있다.

따라서 땀이 흐르는 양상이나 부위에 따라 무척 다양하게 분류하였는데
그중에서도 일반인들이 흔히 겪게되는 것은 자한,도한,두한,수족한,
음한등이 아닐까 한다.

자한은 밤낮 가리지 않고 때때로 땀이 축축하게 흐르는 것으로 신체를
움직이면 땀이 더욱 많이 나는 증상을 말한다.

원인은 인체의 양기가 부족한 때문인데 무더운 여름철에 누구나가 흘리는
땀이 대개 여기에 속한다.

이런 까닭에 복더위에는 양기가 풍부한 삼계탕이 "한다망양(땀을 많이
흘리면 인체의 양기가 손상된다)"을 방비하는 좋은 음식이 된다.

도한은 침한이라고도 하는데 마치 도둑놈처럼 잠들었을때만 땀이
흐르다가 깨어나게 되면 그치는 증상이다.

흔히들 식은땀이라고도 하는 도한의 원인은 인체의 음혈이 부족한데다가
속에 내열이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으니 이런 사람들은 삼계탕이나 꿀등이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한편 뜨거운 것이나 매운 음식을 먹을때,심한 경우엔 식은 밥을 먹을
때도 머리와 얼굴에 땀을 줄줄 흘리는 두한은 양기가 부족하거나 위양명
이 실하거나 원래 체내에 습이 많은 사람에게서 볼수 있다.

또 손바닥 발바닥이 항상 축축하여 자신은 불쾌감을,남들에겐 냄새를
제공하는 수족한은 위부의 열이 사지로 핍박된 것으로,특히 심열이 많은
사람들에게 흔한 증상이다.

이는 "손에 땀을 쥐는 흥미진진한 경기"라는 말과 같이 극도의 긴장이
심에 열을 가중시키는데 이럴때 인체가 수장심,즉 손바닥에 땀을
냄으로써 심이 열을 덜받게 하려는 작용을 하기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사타구니가 축축한 낭습,즉 음한은 중년기이후에 많은데
신기가 허약한 때문이니 마땅히 보신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