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한국여자프로골프의 대표주자는 구옥희(38)였다.

구는 일본에서 11승,미국에서 1승,그리고 국내대회 18승등 통산 30승을
거두며 한국여자프로의 간판스타로 자리잡아왔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자리를 신세대이자 까마득한 후배인 원재숙(25)에게
물려주어야 할 싯점이 된것같다.

원이 무서운 기세로 일본무대를 휩쓸며 구가 이룩한 "최고" "최다"
기록들을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92년 한일 양국에서 동시에 프로자격증을 얻은 원은 금년 2월 말레이시아
오픈골프대회에서 우승,한국여자골퍼로는 처음으로 아시아서킷에서 정상에
오르는 잠재력을 과시했다.

프로진출후 자신의 첫 국제대회 우승이었다.

원은 이어 벌어진 인도네시아오픈에서도 연장끝에 2위를 기록하는등
94시즌을 앞두고 심상치않은 조짐을 보여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원은 94일시즌에 들어와 지난5월8일 군제월드골프대회에서 일본프로무대
첫승을 올려 주위를 놀라게한후 29일에는 토토모터스대회마저 석권,20일
사이 2승을 거두는 돌풍을 일으켰다.

그녀는 곧이은 미쓰비시일렉트릭대회에서 3위를 기록하며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일본여자프로 상금랭킹 1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원은 25일 끝난 일LPGA투어 미야기컵대회에서 1승을 추가,3승으로 일본의
시요타니 이쿠요와 함께 94일시즌 최다승 행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일투어 32경기에 출전,25번 예선통과에 6번 톱10에 들며 상금랭킹
32위(2,340만엔)를 기록한 것과 비교할때 장족의 발전이 아닐수 없다.

원의 일투어 3승은 한국선수로는 지난85년 구옥희가 공식대회에서 3승을
올린이래 두번째이다.

94일상금랭킹에서 이쿠요와 함께 1,2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원은 현재
상금 5,406만3,291엔(약 4억3,250만원)으로 이쿠요를 600만엔 차로
추격하고 있어 한국선수로는 최초로 일투어 시즌상금왕을 바라볼수도
있다.

남은대회 수는 10개이다.

12세이던 중학교2학년때 골프에 입문한 원은 90북경아시안게임 2관왕,
86~89한국여자아마추어선수권대회 4연패,외국인으로는 최초인 90일본
여자아마추어선수권대회 우승등 숱한 기록들을 남기며 한국여자골프의
대들보로 지목돼왔었다.

원은 구옥희나 이영미 고우순등 1세대 선수들과는 달리 어렸을적부터
체계적인 골프교육을 받았고,아마추어골퍼의 숙원인 국가대표를 거치는
동안 관록을 쌓았으며,대학 3학년때인 89년에는 일본 중경여자대학에
1년반동안 골프유학을 했다.

원은 10월7일부터 벌어지는 서울여자오픈에 출전할 예정이다.

<김경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