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한번 할까 말까한 것이 홀인원이라 하지만 그보다 더 희귀한 것이
바로 앨버트로스(더블이글)이다. 파5홀에서 2타만에 넣는 앨버트로스는
우선 거리가 나야하고 페어웨이우드나 롱아이언으로 치는 제2타의 정확성
또한 필수조건이다.

따라서 앨버트로스라는 기록은 여간해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코스인 서울.한양CC 구코스(파72.1964년개장)만 봐도 지난
30년동안 공식보고된 앨버트로스는 단 2개였다.

지난 70년대엔 김승학프로(현 한국프로골프협회부회장)가 기록했고 84년
10월에는 아마추어인 양하석씨가 기록한바 있다. 이는 모두 구코스 10번홀
(파5. 챔피온티 463m, 레귤러티 444m)에서만 이뤄진 앨버트로스였다.

결국 앨버트로스는 10년만에 한번 나오는 꼴인데 90년대의 앨버트로스가
바로 지난 2월4일 수립됐다.

주인공은 서울CC회원인 이창희씨(50.서원산업대표). 원래 겨울골프를 안
치는 이창희씨는 이날이 금년 첫 라운드였다. 그런데 우려와는 달리 볼이
웬만큼 맞았다. 핸디캡14인 이씨는 전반9홀에서 파2, 보기5, 더블보기2개로
45타를 쳤다.

10번홀에서의 드라이버샷도 감이 아주 좋았다. 페어웨이 오른쪽벙커를
20야드정도 지나쳤으니 2백70야드이상 나간 셈. 남은 거리를 1백85야드남짓
으로 본 이씨는 7번우드를 꺼내들었다. 볼은 그린(왼쪽그린)중앙에서 약간
우측에 꼽힌 핀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았다.

볼은 그린 전방 3m지점에 떨어지더니 별로 튀는것도 없이 그림같이 굴러
들어가는것 아닌가. 구력20년에 홀인원 한번 없었던 이씨로서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이날 동반자는 고교동창들인 이화일, 이윤, 양규모씨. 모두 서울.한양CC
회원들인 이들은 전날 점심을 하며 "아무리 겨울골프 안친다고 해도 몸이
갑갑해 안되겠다"고 이날 94첫 필드행을 했는데 의외의 경사를 함께 누린
것이다. 이씨는 이날 앨버트로스후에도 17번홀(파3)에서 버디를 추가하는
등 후반 38타를 쳤다.

이씨가 앞으로 또 앨버트로스를 기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클럽측에서도 90년대에 다시 앨버트로스가 나올지는 확신할수 없다. 그런면
에서 94년초의 이번 "기록"은 당사자나 클럽측 모두의 기쁨이자 "좋은
징조"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