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활용역량 강화 '선결과제'…사교육업체에 학습정보 공개 범위도 논란

교육부가 2025학년도부터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저출생으로 학생 수가 줄어드는 학교 현장에서 학생 개개인의 맞춤형 학습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학교 현장에서는 교원과 학생·학부모가 AI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할 역량을 갖춰야 하고, 교과서 개발에 나설 사교육 업체가 학생들의 정보를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해 '선결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AI교과서 도입으로 '맞춤형 학습' 가능할까…기대·우려 교차
8일 정부가 발표한 AI 디지털 교과서는 학생 개인의 이해도와 수준에 맞는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게 된다.

교사는 전통적인 수업에서처럼 정해진 '진도'를 나가는 대신 AI 디지털 교과서가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방식의 수업을 설계하고 학생의 자기주도 학습을 지원한다.

진로상담이나 심리·정서적인 지원을 하는 역할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EBS가 개발한 학습용 영어 콘텐츠인 'AI펭톡'의 경우 학생들의 말하기 연습을 돕는다.

올해 5월 말 기준으로 전국 3천개 학급에서 87만명의 학생들의 사용하고 있다.

학생들은 'AI펭톡' 프로그램을 통해 발음 연습을 하거나 수업시간에 다른 학생들과 팀을 짜서 대화해볼 수 있다.

이런 대화와 발음을 원어민과 발음과 비교해·분석해볼 수도 있다.

학습 결과물은 모두 교사에게 전송되기 때문에 교사들은 수업 시간에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를 참고해 수업의 방향과 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

EBS 창의융합교육부 고범석 부장은 "언어교육에서 검증된 방법은 노출 기회를 많이 갖는 것인데 (학생들이) 원어민 교사와 대화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며 "AI 기술 가운데 챗봇 기술을 적용하면 학생들의 말을 AI가 이해하고 그에 맞춘 피드백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교과서 도입으로 '맞춤형 학습' 가능할까…기대·우려 교차
다만, AI 디지털 교과서의 효과를 높이려면 다양한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고 그에 맞는 수업방식을 설계할 수 있도록 교원의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를 고려해 교육부도 영어·수학·정보 등 AI 디지털 교과서 적용과목 교사를 대상으로 교육청, 민간 부문과 협업해 연수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도입이 1년 반가량 남은 시점에서 연수를 통해 기존 교원들의 역량을 얼마나 강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교육현장에서는 코로나19 초기 원격수업을 도입하면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가 있었던 만큼 단기 연수가 교원의 전반적인 AI 디지털 교과서 활용 역량을 끌어올리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2021년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7천99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85% 이상이 '코로나19 이전보다 교육활동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는데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원격수업 시행 및 학습격차 해소 노력'(20.9%)이 꼽혔다.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이 단시간 교육으로 강화되는 것이 아닌데 교육당국이 일선 학교와 교사 개인의 역량에 과도하게 의존한다는 지적이 나왔던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교원뿐 아니라 학생·학부모가 올바르게 AI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교과서 안착을 위한 선결과제다.

학생들 역시 개인별로 디지털 기기 활용 역량이 천차만별일 수 있는 데다 기기 보급으로 유해사이트 접근이 용이해질 가능성도 있다.

또한 AI 디지털 교과서는 학습분석 결과에 따라 '느린 학습자'를 위한 보충학습과 '빠른 학습자'를 위한 심화학습을 제공하는데 사실상 한 학급에서 '우열반'이 갈리는 것으로 인식된다면 학부모의 사교육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오승걸 교육부 책임교육실장은 "정보 교과를 통해 (디지털 교과서 활용) 소양이나 저작권 문제, 인터넷상에서의 예절 등 충분히 다뤄져야 하는 부분을 고안하고 있다"라며 "빠른 학습자에 대해서는 심화 내용을 제시하고 콘텐츠를 지원해준다는 것이지 물리적으로 (느린 학습자와 빠른 학습자를) 경계 짓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AI교과서 도입으로 '맞춤형 학습' 가능할까…기대·우려 교차
학습정보 공개의 범위도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AI 디지털 교과서 개발을 위해 정부와 공공기관은 통합학습기록저장소를 구축하고, 과목별 AI 디지털 교과서는 민간이 개발하게 된다.

통합학습기록저장소의 경우 국가·지역단위 학습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청의 정책 추진을 지원하고, 학습데이터 공유 등 향후 시·도 교육청의 'AI 교수·학습 플랫폼' 구축 사업을 지원한다.

문제는 학생 개개인의 교육과정 이해도를 분석해 학습 조언을 해주는 AI 디지털 교과서의 특성상 방대한 양의 학습 정보를 저장해야 하고, 이러한 정보는 교과서를 개발하는 민간업체로 흘러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서책형 교과서 개발업체보다 '에듀테크' 기업으로 불리는 사교육 업체들이 디지털 교육 콘텐츠 생산에 앞서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사교육이 공교육에 깊숙하게 침투할 수 있다는 게 교육계의 우려 섞인 시선이다.

심민철 교육부 디지털교육기획관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출판사는 공적인 목적 외로 학생 정보를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있고 (교육부 차원에서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준비할 계획이다"라며 "학습데이터 저장소에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공유할 것인지도 8월에 제시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