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하청노조 파업 사건…'거부권 정국' 속 판단 주목
'노란봉투법 닮은꼴' 사건, 대법 전원합의체가 심리
'불법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을 개별 노동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된 민사소송 사건을 대법원이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심리하고 있다.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의 입법 목적과 맞닿은 쟁점의 판례 변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판단 결과가 주목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현대자동차가 송모 씨 등 5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작년 11월 전원합의체 심리 사건으로 지정해 심리 중이다.

선고 기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 사건은 2013년 7월12일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조(비정규직 지회)의 부분파업으로 촉발됐다.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면서 차량 생산라인이 63분 멈췄고, 현대차는 이에 따른 4천500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송씨를 비롯한 파업 참가자들 65명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소송 과정에서 피고는 5명으로 줄었다.

1심은 현대차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2심 법원은 노동자 5명이 총 2천300여만원을 현대차에 공동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건은 2018년 9월 대법원에 넘어왔다.

재판의 쟁점은 노동조합의 쟁의 행위로 손해가 발생했을 때 회사가 개별 조합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을 '권리 남용'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민법상 권리행사의 목적이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행사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는 경우 행사가 금지된다.

아울러 대법원은 '책임 제한의 개별화'가 가능한지도 따진다.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는 모두 동일한 책임을 부담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쟁의 행위가 노동조합의 지침에 따른 것이고 개별 조합원이 불법성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적게 관여했더라도 같은 수준의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이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 쟁점 조항의 입법 목적과 상통한다.

노란봉투법에는 '법원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노동자 개인이 노조 활동 탓에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에 시달리는 것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두고 경영계와 정부·여당은 '불법 파업을 방조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여당에서는 양곡관리법·간호법에 이어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법원이 현행 법률에 따르더라도 불법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서 노동자마다 개별적인 책임 제한이 가능하다고 해석한다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무관하게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는 것과 일부 비슷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법리 해석에 대한 일종의 기준점을 제공해 하급심 판단은 물론 각종 법률 사무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보통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사건을 심리·판결하지만 의견이 일치하지 않은 사건, 혹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거나 판례 변경이 필요한 사건은 대법관 회의를 통해 전원합의체로 넘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결정은 대법관 3분의 2 이상의 출석과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찬반이 같을 때는 재판장인 대법원장이 결정권을 갖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