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하나금융 前수장 동시 압수수색…'50억 클럽' 속도

'대장동팀' 청탁 경로 파악…곽상도·박영수 조사도 초읽기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 검찰이 16일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이순우 전 우리은행장을 연달아 압수수색하며 수사가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 입찰 당시 곽상도 전 의원과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영향력 행사 여부를 규명하기 위한 수사가 각 은행 최종 결정권자까지 이른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와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이날 각각 이 전 우리은행장과 김 전 회장의 주거지 등에 검찰과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이 이날 동시 압수수색으로 규명하려는 의혹의 구조는 닮은 점이 많다.

2015년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성남의뜰 컨소시엄 구성에 김만배씨 등 '대장동팀'의 청탁을 받은 곽 전 의원과 박 전 특검이 도움을 주고 금전적 대가를 받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곽 전 의원의 경우 성남의뜰과 경쟁관계였던 산업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호반건설이 '그룹 예치금을 빼겠다'며 하나은행에 성남의뜰 이탈을 압박했다는 '와해 위기설'과 관련이 있다.

하나은행이 컨소시엄에서 빠질 위기에 처하자 김씨의 부탁을 받은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해 잔류하도록 하고, 그 대가로 아들 병채씨를 통해 50억원(세후 25억원)을 받았다고 검찰은 의심한다.

검찰은 25억원의 직접 수혜자인 병채씨를 곽 전 의원의 뇌물 혐의 공범으로 묶고 25억원은 '성과급을 가장한 뇌물'로 보고 범죄수익 은닉 혐의를 적용했다.

곽 전 의원은 이와 관련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은 이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이 주장한 컨소시엄 와해 위기 상황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다만 1심은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이 김 전 회장에게 산업은행 컨소시엄 합류 제안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한 말을 들은 바 없다는 김 전 회장의 검찰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봤다.

이에 검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와해 위기'의 실체를 다시 규명해 왔다.

앞서 전중규 전 호반건설그룹 총괄부회장, 김정기 전 하나은행 마케팅그룹장을 소환한 데 이어 김 전 회장의 압수수색에 나섬에 따라 관련 수사도 정점을 향해 가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곽 전 의원이 1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은 배경에는 실제 김씨의 청탁이나 곽 전 의원의 영향력 행사 및 대가 요구 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었던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수사도 계속 이뤄질 전망이다.

박 전 특검은 우리금융 이사회 의장이던 2014∼2015년 대장동팀의 컨소시엄 구성을 돕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청탁을 전달한 대가로 200억원의 상당의 땅과 상가를 받은 혐의를 받는다.

우리은행은 당시 성남의뜰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했다가 회사 내규 등을 이유로 불참했지만 PF 대출에는 참여하겠다며 1천500억원의 여신 의향서를 냈는데, 이 과정에 박 전 특검이 개입한 것으로 검찰은 본다.

곽 전 의원 수사와 유사하게, 우리은행이 컨소시엄에서 역할을 하도록 만들기 위해 박 전 특검을 통해 대장동 일당의 청탁 등이 있었는지, 그 대가로 금전적 이득을 약속했는지가 규명 대상이다.

검찰은 2014년 당시 부동산금융사업본부장이던 유구현 전 우리카드 대표 등에 대한 조사를 거쳐 우리금융 회장을 겸직했던 이순우 전 은행장 압수수색에 이르렀다.

의혹의 꼭짓점에 가까워진 셈이다.

검찰은 박 전 특검에 대해서는 특정경제 가중처벌법상 수재 등 혐의를 적용했다.

부정한 청탁이 엄밀하게 입증될 필요는 없지만, 직무 관련성과 금품 수수 혹은 약속이 있었는지를 규명해야 한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한 김 전 회장과 이 전 은행장을 조만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컨소시엄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면 박 전 특검과 곽 전 의원도 불러 조사할 전망이다.

공교롭게도 김 전 회장과 이 전 은행장, 곽 전 의원 등은 모두 김만배씨와 성균관대 동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