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애인부모연대 광명시지부가 시비 지원받아 2018년부터 운영
5년간 취업률 74%…복지관만 다니던 장애인가정에 동기부여

"장애 정도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발달장애인도 돌봄이나 재활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일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해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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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도 일할 수 있는 사람"…광명시 직업교육사업의 성과
'발달장애인 현장실습형 직업전환사업'을 시행하는 경기장애인부모연대 광명시지부 박미정 회장은 13일 연합뉴스에 "발달장애인도 누구나 직업훈련을 통해 비장애인만큼 취업해 일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발달장애는 돌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 주로 부모가 도와준다.

의사소통이나 사회적 관계 형성, 인지능력이 제한돼 사회생활이 쉽지 않고 취업해 일하는 것도 제한적이다.

박 회장은 현장실습형 직업전환사업이 발달장애인의 삶뿐 아니라 부모와 가정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사업의 성공담을 설명했다.

이 사업은 발달장애인의 취업과 관련한 현장 중심의 교육과 훈련을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2018년 9월부터 행정안전부 공모사업으로 시작돼 광명시가 국비와 시비를 합쳐 2년간 시행하다가 지방자치단체로 위탁되면서 광명시가 2021년부터는 연간 1억1천여만원의 시비를 투입해 경기도 내에서는 유일하게 시 특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경기장애인부모연대 광명시지부가 사업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광명시에 거주하는 고교 졸업예정자를 포함한 만 18세 이상 발달장애인(지적장애·자폐성 장애)을 대상으로 하며, 교육 기간을 특별히 정해놓지는 않았지만, 취업까지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소요된다.

직장 내 예절, 동료들과 올바른 관계 형성 방법, 인사법 등 생활 기술훈련뿐 아니라 발달장애인의 개별 역량에 따라 시청이나 시 산하기관 등에서 현장실습 교육도 한다.

직장 내 동료들과 회식하는 경우에 대비해 술과 안주를 주문하는 법, 술 마시는 법 등도 실습한다.

이런 현장 중심의 교육을 통해 2018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교육훈련에 참여한 총 62명의 발달장애인 가운데 74.1%인 46명이 취업에 성공하는 성과를 올렸다.

민간병원에 취업해 병동 침구 및 환자복 관리하는 일을 하기도 하고, 업체에서 제품 조립 업무까지 하고 있다.

민간기업 취업이 어려운 경우에는 광명시에서 운영하는 공공일자리 또는 장애인복지 일자리를 통해 사무보조, 시청 구내식당 청소 등 일을 한다.

박 회장은 "이 사업의 성과는 높은 취업률도 있지만, 발달장애인의 취업이 당사자와 가족의 삶에 행복한 변화를 가져온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는 사업 초기 교육을 받고 취업한 A(27) 씨를 늘 성공모델로 소개한다고 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2년간 집에서 아버지의 돌봄을 받으며 생활하던 A씨는 첫 사업 대상자 모집에 응한 5명의 발달장애인 중 1명이었다.

"발달장애인도 일할 수 있는 사람"…광명시 직업교육사업의 성과
3개월간 교육을 받은 그는 복지일자리로 채용돼 장애인부모연대 사무실에서 출근해 청소업무를 하다가 2020년 배달서비스업체와 장애인체육회의 연계 고용을 통해 업체의 급여를 받으며 태권도선수로 취업을 이어갔다.

아들을 돌보느라 지치고 무기력하기도 했던 A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월급을 받아 용돈을 주자 오랫동안 나가지 않던 지인 모임에 참석해 자랑했고, 이 일을 계기로 가정 내 분위기가 밝아지고 활력을 되찾았다.

박 회장은 "A씨의 성공 모습을 본 많은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우리도 교육받을 수 있느냐며 찾아왔고, 실제로 많은 분이 직업훈련에 참여하기도 했다"면서 "복지관만 오가던 다른 발달장애인 가정에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발달장애를 가진 고2 아들이 졸업하면 현장실습형 직업전환사업에 참여시킬 계획이라는 그는 "사회도 발달장애인을 돌봄과 재활이 필요한 사람이 아닌 20대 청년으로 인식해 그에 맞는 맞춤형 취업 훈련과 교육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한편, 광명시는 발달장애인 현장실습형 직업전환사업 성과를 극대화하고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청년 발달장애인 직업전환 기회센터(가칭)'를 설치해 12월 개소할 예정이다.

센터 운영은 공모를 통해 민간에 위탁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