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개장, 내달 1일 현재 대신동 정착 한 세기 맞아
잦은 화재·코로나 등 수차례 위기도…"명성에 걸맞게 발전할 것"

"온 사람이 서문시장은 다 알끼다, 어디 붙어있는지는 몰라도."
'애환의 큰 장이자 현장 정치의 1번지' 대구 서문시장 100년
시장의 유명세를 자랑하는 상인의 너스레가 살가운 대구의 '큰장' 서문시장이 다음 달 1일로 중구 대신동에 자리잡은지 100년을 맞게 된다.

16세기 조선시대 때 대구읍성 북문 밖에서 장이 서기 시작하며 대구장으로 불리던 서문시장은 이후 서문 밖으로 이동하며 명칭이 '서문시장'으로 바뀌었다.

이후 1923년 4월 1일에 천황당 못자리를 메운 현재의 자리, 즉 대신동 일대로 이전 개장한 이후 조선의 대표 시장 가운데 하나로 꼽힐 정도로 번성하면서 전국적인 명성을 쌓게 됐다.

현재 서문시장은 건물 총면적 6만4천902㎡로, 1·2·4·5지구와 동산상가·아진상가, 건어물 상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총 점포는 4천여 개, 상인 수는 2만여 명이다.

'애환의 큰 장이자 현장 정치의 1번지' 대구 서문시장 100년
한 세기 동안 서민의 애환이 서린 서문시장은 이제는 정치인의 방문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대부분의 후보는 서문시장을 찾았으며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서문시장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선보인 뒤 취임 이후에도 발길을 끊지 않았다.

올해 1월에는 김건희 여사가 홀로 찾기도 했다.

야권에도 서문시장은 필수코스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이낙연·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도 선거 국면에서 이곳 방문을 빼놓지 않았다.

보수 정치인들만 주로 찾다가 최근 모든 정치인의 성지로 자리매김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시장이 갖는 상징성과 유용성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애환의 큰 장이자 현장 정치의 1번지' 대구 서문시장 100년
엄기홍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서문시장은 지역의 대표적인 장소이고 시장에 어르신들이 많다 보니 보수성향이 강해 보수 정치인들은 당연히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진보 쪽 정치인들은 대구를 잘 모르고 대구에 오면 마땅히 갈 곳이 없다 보니 대표적인 장소를 찾아 서문시장을 찾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 이후에는 사람을 모으기가 힘들고 사람들을 동원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보니 서문시장처럼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많은 곳을 정치인들이 찾는 것 같다"고 했다.

허창덕 영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시장은 서민들의 생활이 여과 없이 나타나는 상징적인 장소다.

사람이 많아 여론을 알 수 있기에 정치인들이 찾는 것"이라며 "백화점에도 사람이 많이 몰리지만, 서민적인 분위기와는 달라 방문을 꺼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장은 좁은 골목이 많고 그런 곳을 지나다 보면 100여명만 있어도 많은 군중이 모인 것처럼 연출이 되기에 정치인들이 그런 시각적 효과를 노리는 것도 있다"고 했다.

'애환의 큰 장이자 현장 정치의 1번지' 대구 서문시장 100년
관할 지자체장인 류규하 중구청장은 '상인들의 인심'을 그 이유로 꼽았다.

그는 "인파도 많지만 중요한 건 다들 환영해 주니까 정치인들이 서문시장을 많이들 찾는 것"이라며 "시장 상인들은 여야를 떠나 찾아오면 싫은 소리 없이 다들 많이 반겨준다"고 말했다.

'애환의 큰 장이자 현장 정치의 1번지' 대구 서문시장 100년
정치 1번지로 유명세를 치르지만, 고비도 여러번 있었다.

특히 화재가 잦았던 서문시장은 2000년대 들어 난 두차례의 큰불로 상인들의 피해가 컸다.

2005년 12월 29일 서문시장 2지구에서 난 불은 1천190여개 점포를 태우고 689억원의 재산 피해를 남겼다.

2016년 11월 30일에는 화마가 4지구를 덮쳐 점포 679곳이 모두 타고 재산피해액은 469억원에 달했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 2월에는 조선시대 개장 이래 처음으로 시장 전체가 엿새간 문을 닫았으며 지난해까지는 코로나에 경기 불황까지 겹쳐 시장은 개점 휴업상태였다.

'애환의 큰 장이자 현장 정치의 1번지' 대구 서문시장 100년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일에 큰장삼거리 일원에서는 상인과 시민이 어우러지는 가요제와 다양한 공연 등이 포함된 대축제가 열린다.

황선탁 대구 서문시장 상가연합회장은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자신하며 "어려운 일이 너무 많았지만,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다.

국수 먹으러 왔다가도 옷 한 벌 사도록 방문객 편의를 위해 고객지원센터와 주차장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가히 한국에서 제일 큰 시장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상인들이 힘을 합쳐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