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치러진 전국연합학력평가에 응시한 학생들의 성적과 이름, 성별 등이 담긴 파일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수험생들이 분노와 함께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점수 공개돼 어떡해"…학력평가 성적 유출에 수험생 불안·분노
20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새벽 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 네티즌이 경기도교육청 서버를 해킹해 지난해 11월 이 교육청이 주관한 전국연합학력평가 성적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암호화 메신저앱인 텔레그램에는 '2학년 개인성적표 전체'라는 파일이 유포됐다.

이 파일에는 경남교육청과 충남교육청을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교육청에서 이 시험에 응시한 고2 학생들의 시험 성적과 소속 학교, 이름, 성별 등이 담겨있다.

이 시험에 응시한 학생은 전국적으로 30여만명이다.

이름과 성적 등이 유출된 학생들은 대입 시험을 앞둔 고교 3학년으로 올라가는 시기에 민감한 정보가 유출된 데 대한 분노와 불안감이 큰 상황이다.

서울 목동에 사는 고등학생 A(18) 양은 "파일 공유방에 해킹으로 유출된 자료가 올라와 친구들이 자료에서 이름과 성적 등을 확인하기도 했다"며 "성적 공개를 꺼리는 친구들은 이러한 일이 벌어져서 매우 속상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한 온라인 카페에서도 "우리 학교 학생 중 한 명이라도 유출된 성적 자료를 볼 거 같은데 어떡하냐", "다운받은 사람들을 다 처벌할 수 있을까요?", "(사태가) 심각하다" 등 불안감을 호소하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 유출 사태로 피해를 봤다고 밝힌 한 네티즌은 SNS상에서 "내 개인정보가 너무 쉽게 털린 것 같아서 소름이 돋는다"며 "(도 교육청 서버의) 보안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추가 관련 자료 유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경찰이 해당 사건 수사에 착수한 이후에도 유출된 성적 자료를 가공해 학교별 전국 등수를 매긴 것으로 추정되는 게시글이 온라인상에 올라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번에 유출된 학생들의 성적 정보와 별개로 다른 학년의 시험 성적도 추후 공개하겠다는 글이 온라인 대화방에서 유포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학부모 김모(49) 씨는 "고3으로 올라가는 시기여서 아이들이 매우 민감해져 있을 때인데,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서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추가로 성적 정보가 유출될 것이라는 얘기도 돌고 있어서 불안감이 더욱 크다"고 밝혔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전날 경기도교육청 측이 이번 해킹에 대해 수사 의뢰한 사건을 배당받아 들여다보고 있다.

경기도 교육청은 상황실을 통해 다른 시도교육청들과 공동 대응에 나서는 한편, 피해 접수 시 구제 절차 등의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