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132만9천여명 확진…고통은 있었지만, 잃어버렸던 일상 되찾아
바이러스와 싸운 기록 모아 대구동산병원 '기억의 공간' 개관
시련 극복, 다시 일상으로…코로나19 대유행 3년 차분한 대구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차 대유행이 시작된 지 3년째를 맞았다.

대부분 장소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시민 일상은 3년 전으로 돌아갔지만 긴 시간을 인내한 아픔의 기억은 여전히 남아 있다.

17일 대구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대구에서 코로나19 첫 환자 발생 소식이 전해진 것은 2020년 2월 18일 오전 10시께였다.

당시 교통사고로 수성구 모 한방병원에 입원한 60대 여성이 전날 오후 38도 이상 고열과 폐렴 증상 등으로 격리된 뒤 확진됐다는 질병관리본부의 발표가 나오면서다.

시련 극복, 다시 일상으로…코로나19 대유행 3년 차분한 대구
보건당국의 조사 결과 이 여성이 입원 중 수차례에 걸쳐 밀폐된 장소에서 열린 종교 행사에 참석하고 호텔 예식장 뷔페식당 등에서 불특정 다수와 접촉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확산했다.

첫날 1명이었던 신규 확진자 수는 다음날 곧바로 10명으로 불었고 사흘 후에는 23명, 나흘 후 50명, 엿새 후 148명, 열흘 후 340명으로 늘어나더니 12일 후인 2월 29일에는 741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누적 확진자 수도 열흘 만에 1천 명을 넘어선 데 이어 다시 이틀 후에 2천 명을 돌파하는 등 기하급수적 증가세가 끝도 없이 이어지면서 당시 대구는 대낮에도 길거리에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었다.

당시 의료계의 혼란도 극에 달했다.

코로나19 감염자인 줄 모르고 이들을 진료한 대학병원 응급실 5곳 중 4곳이 한꺼번에 폐쇄됐다.

확진자 폭증으로 병실을 구하지 못한 고령의 환자들이 자택에서 대기하다 숨지는 사례도 속출했다.

막연한 공포가 확산하면서 대형마트와 약국 등에는 가족들이 쓸 마스크 몇장을 구하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로 장사진을 치는 일도 일상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극심한 혼란과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시민과 지역 의료계가 똘똘 뭉치고 전국에서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이어지면서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부에서도 국무총리를 20일간 대구에 상주시켜 전방위 지원을 하면서 1차 대유행의 파고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이후 같은 해 8월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전국 규모 광복절 집회로 2차 대유행이 발생하고 지금까지 크고 작은 대유행이 반복됐지만, 마스크 착용 의무가 대부분 해제되면서 잃어버렸던 일상을 되찾아가고 있다.

대구시는 코로나19 유행 초기 급격한 환자 발생에 대응한 이 같은 역사적 기록을 전시·보존하고 감염병 전파 차단을 위한 시민 중심의 자발적 노력을 되새긴다는 차원에서 이날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 '코로나19 기억의 공간'을 개관했다.

시련 극복, 다시 일상으로…코로나19 대유행 3년 차분한 대구
김종한 행정부시장은 "기억의 공간이 시민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감염병 확산의 위험성을 잊지 않고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1차 대유행 발생 3년을 하루 앞둔 이 날 0시 기준 지역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전날보다 598명 증가한 132만9천388명으로 집계됐다.

누계 사망자는 1천969명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