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대도시서 2년새 13만마리 줄었지만 '성과 과장' 비판
'70% 이상 중성화율' 달성 어려워…'유기 부추긴다' 지적도
[길고양이 논쟁] ③'중성화' 효과는…"개체수 감소" vs "효과 의문"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한 뒤 서식지로 돌려보내는(TNR·Trap-neuter-return) 사업'을 두고도 입장차가 극명히 갈린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식품부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으로 지난해 전국에서 중성화된 길고양이는 8만3천558마리(잠정)다.

최근 5년간 연평균 길고양이 7만1천여마리가 중성화됐다.

올해는 38억2천억원 예산을 투입해 9만5천500마리를 중성화할 예정이다.

◇ 서울 등 7대 광역시 길고양이 2년새 13만여마리 감소
[길고양이 논쟁] ③'중성화' 효과는…"개체수 감소" vs "효과 의문"
TNR 사업은 길고양이 번식을 막아 수를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당국은 중성화가 길고양이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고 본다.

길고양이, 특히 새끼고양이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니 중성화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서울 등 7대 광역시 길고양이 추정치가 작년 67만7천50~68만9천731마리로 2020년과 비교해 약 13만여마리 감소했다고 분석된 점과 중성화된 고양이가 자주 관찰되는 지역일수록 새끼고양이(자묘)가 적은 점을 근거로 사업이 효과가 있다고 본다.

2020년 서울시는 2013년(25만마리)과 2018년(11만6천마리) 사이 길고양이가 54%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며 중성화가 길고양이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서울시 내 길고양이는 2015년 16만6천127~20만3천615마리에서 2021년 9만450~9만889마리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새끼고양이(1살 이하) 비율은 같은 기간 40.1%에서 13.7%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성화가 길고양이를 감소시키고 복지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2019년 2월 국제학술지 '수의과학 프론티어스'에 발표된 논문이 대표적이다.

미국 플로리다주 키라르고 TNR 사업을 분석한 이 논문을 보면 해당 지역 길고양이(Free-Roaming Cat)는 1999년부터 2013년까지 455마리에서 206마리로 55% 감소했다.

연구진은 "20년간 TNR 사업은 길고양이를 감소시켰으며 길고양이 평균 연령은 높아지고 레트로바이러스 유행은 줄었다는 점에서 후생도 향상하는 성과를 낸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미국 비영리조직 '베스트프렌즈동물협회'(BFAS)가 제시한 TNVR(포획 후 중성화하고 백신을 접종한 뒤 서식지에 방사) 성공사례 중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베이트레일지역에서 TNVR로 2004년과 2020년 사이 길고양이가 99.4% 감소한 경우가 있다.

2004년 175마리 길고양이가 있었는데 16년간 새로 유입된 고양이를 포함해 258마리를 TNVR했고 2020년엔 1마리만 남았다고 한다.

이 사례는 스위스 출판사 MDPI가 발생하는 저널 '동물학' 2020년 11월호에 게재된 논문에 실렸다.

◇ 달성 어려운 '길고양이군 70% 이상 중성화'…효과 의문
[길고양이 논쟁] ③'중성화' 효과는…"개체수 감소" vs "효과 의문"
TNR 효과에 의문을 나타내는 전문가들도 많다.

헤더 크로퍼드 호주 머독대 교수는 2019년 4월 MDPI 동물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TNR 사업을 다룬 논문 가운데 애초 길고양이가 몇 마리인지 제시한 논문은 소수(11개)에 그치며 해당 논문들이 보고한 길고양이 수 변동은 '78% 감소'부터 '55% 증가'까지 다양하다고 주장했다.

TNR 성공사례들이 대체로 '한정된 지역 내 결과'라는 비판도 나온다.

최창용 서울대 교수는 "섬처럼 고립돼 새로 (고양이) 유입이 없다면 (개체 수 조절이) 가능하다"라면서 "개체군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중성화 속도가 번식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통상 '특정 지역 내 길고양이 개체군 70~80%가 중성화되고 매년 10~20%를 추가로 중성화'해야 수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본다.

한 번도 달성된 적 없는 수준으로, 결국 당국이 발표한 성과가 과장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예컨대 2020년 서울시 발표는 재개발 등으로 길고양이가 감소했을 수 있는 점을 간과했다고 지적받았다.

서울시 길고양이 중성화율은 2021년 기준 49%로 추산된다.

대한수의사회는 작년 2월 성명에서 "TNR로 개체 수 증가를 막으려면 지역 내 중성화 개체 비율이 75%를 넘겨야 하지만 서울 등 광역시 중성화 비율은 13% 이하에 그친다"라면서 국내 TNR 사업은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미국 농무부 농식물검역소(APHIS) 재작년 보고서에도 비슷한 지적이 담겼다.

이 보고서엔 "TNR 사업을 시행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지만 TNR은 길고양이 수를 믿을 만하게 줄이는 방법이 못 되고 있다"라면서 "이는 70% 이상 중성화율을 달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적시됐다.

국제동물보호단체 피타(PETA)는 "불편한 진실이지만 TNR은 효과가 없다"라면서 "TNR은 고양이를 버려도 돌봐줄 사람이 있다는 인식을 줘 유기를 부추길 수 있으며 '관리되는' 길고양이군을 위해 놓아둔 먹이는 다른 고양이와 광견병을 매개할 수 있는 야생동물을 끌어들일 수 있다"라고 지적한다.

◇ '살처분' 윤리적 수용 어려워…PTSD도 우려
[길고양이 논쟁] ③'중성화' 효과는…"개체수 감소" vs "효과 의문"
길고양이 TNR은 학계에서도 비교적 최근 연구가 활발해진 주제다.

호주 머독대 마이클 캘버 조교수 분석을 보면 '웹오브사이언스'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되는, 2002년부터 2019년까지 발행된 TNR 논문은 145편이다.

2002년 발행 논문은 4편에 그쳤지만 2018년과 2019년은 24편과 25편에 달했다.

길고양이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한 TNR 외 대안은 사실상 찾기 어렵다.

서울시 2021년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중성화율을 50%로만 유지하면 2030년께는 서울시 내 길고양이가 6만 마리 정도로 감소할 전망이다.

이는 길고양이 최대 수명을 6년, 1회 출산 시 낳는 새끼는 3마리, 1세 미만과 1세 이상 폐사율을 각각 75%와 10%, 유출과 유입 고양이 수를 4마리와 2마리로 놓은 결과다.

일각에서는 살처분을 거론하기도 하지만 윤리적으로 수용되기 쉽지 않다.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에 '손발'이 돼주고 있는 돌보미들의 지지를 받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살처분은 인간에게도 끔찍한 기억으로 남는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에 의뢰해 가축 살처분에 참여한 공무원과 수의사 268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76%의 심리건강 상태가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PTSD) 판정 기준을 넘겼고 26%는 중증 우울증이 의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