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교육청 '늘봄학교' 시범 운영에 전교조 등 일부 교사 반발

경북도교육청이 초등학생 돌봄을 오후 8시까지 연장하는 '늘봄학교' 시범 교육청에 선정되며 교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5일 경북을 비롯해 인천·대전·경기·전남 등 5개 시·도교육청을 늘봄학교 시범교육청으로 선정했다.

늘봄학교는 하교 시간이 빠른 초등학생들의 돌봄 공백을 해소하고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초등 전일제 학교의 새 이름이다.

기존 오후 시간대 위주로 운영된 돌봄교실에 지역과 학교별 여건에 따라 아침 돌봄, 저녁 돌봄 등 필요할 때 신청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틈새 돌봄을 강화했다.

경북 칠곡군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27일 "늘봄학교에 남아 있는 애들은 대체로 혼자 집에 있을 수 없는 저학년일 텐데 늦게 집에 가면 언제 부모와 대화를 나누냐"며 "부모가 조금 더 일찍 퇴근해서 가정에 돌아갈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 주는 게 인성과 학습 면에서 바른 방향"이라고 시범운영에 반대 의견을 냈다.

A씨는 7살, 9살, 11살인 세 아이 엄마이기도 하다.

"오후 8시까지 돌봄, 옳은 일인가" vs "강제성 없다"
앞서 경북도교육청이 늘봄학교 시범운영 신청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북지부는 지난 17일부터 사흘간 교사 5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그 결과는 96.7%(552명)가 반대했으며, 찬성은 2.1%(12명), '모르겠다'는 1.2%(7명)로 나타났다.

찬성한 응답자들도 '학교가 본연의 임무인 교육에 충실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우선'이라고 부연했다고 전교조 측은 덧붙였다.

설문에 답한 교사들은 '돌봄 운영에서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하는 문제점'으로 '교사 업무 과중'(58.5%)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그 밖의 이유'(25.6%), '돌봄 프로그램의 부실'(9.3%), '수용 공간 부족'(6.3%)이 뒤를 이었다.

주관식 형태로 기재된 '그 밖의 이유'에 교사들은 대체로 부모와의 시간 부족, 가정의 역할, 아이들의 정서를 염려했다.

돌봄 자체에 의문도 제기됐다.

일부 교사들은 '돌봄은 사회적 요구이나 아이들이 가정에서 지낼 기회를 박탈당한 채 끊임없이 돌봄으로 밀려나는 것이 옳은 일인가 고민된다', '돌봄 자체를 부정함. 아이들이 가정을 떠나 오랜 시간 기관에 머물면 정서 발달이 어려움. 8시까지 돌봄 시간을 운영하는 건 아이들을 위해 옳지 못한 방향', '제발 우리 아이들을 가정의 품으로 보내주세요.

가정은 사회의 기본 단위'라고도 했다.

"오후 8시까지 돌봄, 옳은 일인가" vs "강제성 없다"
이다연 전교조 경북지부 정책실장은 "교육부가 지난해 돌봄 수요조사를 한 결과 오후 7∼9시는 1.76%에 불과했다"며 "경북도교육청이 40개 학교로부터 시범 운영 신청을 받으면 어떤 내용을 고려하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경북도교육청 교육복지과 관계자는 "늘봄학교는 대원칙이 강제성이 없다는 것"이라며 "한 명이건 두 명이건 필요하면 여건을 갖춰서 아침이나 일시돌봄을 하겠다고 하니 학부모들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경북도교육청은 오는 3월부터 도내 초등학교 40여 곳을 대상으로 늘봄학교를 시범 운영한다.

도교육청이 교육부에 제출한 '늘봄학교 추진방안'에 따르면 방과 후 프로그램 확대, 돌봄 유형 다양화 및 서비스 질 제고, 운영 체제 구축 등 세 축으로 세웠다.

초등돌봄교실은 아침 돌봄(오전 7시 30분∼8시 30분), 오후 돌봄(정규 수업 후∼오후 5시), 저녁 돌봄(오후 5시∼오후 8시), 방학 돌봄(오전 9시∼오후 8시)으로 세분화했다.

급히 저녁 돌봄이 필요한 학생이나 돌봄 교실 대기자는 오후 5시 이후 일시 돌봄이 가능하게 했다.

돌봄교실에서 먹는 간식, 중식, 석식은 전액 무상 제공된다.

방과 후 프로그램 중 '초등학교 1학년 입학 초기 에듀케어'는 방과 후 강사, 퇴직 교원, 현직 희망교원 등을 활용해 미술, 보드게임, 놀이 체육, 영어연극, 우쿨렐레, 창의 과학, 요리 교실 등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다.

교대 근무를 하는 경북 구미의 한 아이 엄마는 "아침, 저녁으로 밥은 잘 먹었는지, 학교는 잘 갔다 왔는지 걱정이 컸다"라며 "급할 때 일시적으로 봐주기까지 한다니 어린이집 때처럼 학교를 믿고 아이를 맡길 수 있을 것 같다"라고 기대했다.

"오후 8시까지 돌봄, 옳은 일인가" vs "강제성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