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기숙사 식당도 직원 부족해 평일 조식 중단
"손님 있지만 일손 없어 폐업"…구인난 허덕이는 음식점
서울 양천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황모(38)씨는 최근 '26일까지만 영업한다'는 현수막을 가게 바깥에 내걸었다.

평일 점심마다 줄을 서야 할 정도로 동네에서 꽤 소문난 식당이었지만, 일손을 구하지 못한 탓에 가게를 접게 됐다.

황씨는 "직원 구하기야 항상 어려웠지만 최근 임신해 일손이 더욱 절실해진 상황에서 결국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면서 "가족과 함께 장사를 안 했다면 지금까지 운영하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요식업계의 한숨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거리두기가 해제되며 장사에 숨통이 트이나 싶었지만 인력난이라는 벽 앞에 요식업계가 다시 힘든 시기를 겪는 중이다.

신촌 대학가에서 민속주점을 운영하는 이모(59)씨는 "거리두기가 갓 해제됐을 때 학교에서 대면 수업을 할지가 불투명해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기 힘들었다"며 "나아질 줄 알았는데 학생들이 다시 대학 근처로 몰려와도 일할 사람이 없는 건 그때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씨는 외국인 아르바이트생이라도 구할 수 있어 그나마 '인복'이 있는 경우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인 직원들도 언제 떠날지 몰라 일손을 덜어줄 키오스크(무인기기)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노량진에서 고시 식당을 운영하는 한모(68)씨는 최근 인건비 부담에 코로나19 이전 8명이었던 직원을 5명까지 줄였다.

코로나19로 영업에 타격을 입었을 때도 적자를 감수하며 최대한 고용을 유지했었다고 한다.

한씨는 "구인난에 직원 월급이 자꾸 올라 막상 채용하려 해도 부담스럽다"며 "인원을 줄이다 보니 그전보다는 1인당 할 일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요식업계 구인난은 지표로도 나타난다.

고용노동부의 '2022 하반기 사업체 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10월 1일 기준 숙박·음식점 산업의 인력 부족률은 5.3%였다.

전체 산업의 인력 부족률이 평균 3.4%인 점을 고려하면 숙박·요식업계의 구인난은 다른 업종보다 심각한 편이다.

구인난은 대학교 식당까지 영향을 미쳤다.

서울대 내 식당 6곳을 운영하는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생협)은 최근 919동 기숙사 식당 평일 조식과 토요일 운영을 중단했다.

작년 7월 중단된 302동 공대 학생식당 운영을 내달 재개하기 위해 기숙사 식당 인력 일부를 공대 식당에 재배치하면서다.

손님에게 종업원이 음식을 갖다주던 자하연 식당도 이용자가 직접 음식을 퍼가는 '셀프 시스템'으로 바꿨다.

생협 관계자는 "작년 직원 인건비를 올리고 위험수당을 도입했지만 인력 수급이 어려워 식당을 전부 운영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