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 15억 원 따냈지만 추진 여부 결정 안 돼 내년 예산 미반영
해 넘기는 원주 아카데미극장 보존사업…"숙의 과정 거쳐 결정"
먼지 쌓인 단관극장에 불을 밝히는 '원주 아카데미극장 보존활용 사업'의 추진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9일 원주시에 따르면 이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도 유휴공간 문화 재생사업에 선정돼 국비 15억 원을 받게 됐다.

다만 국비 일부 확보는 반길 일이지만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쳐 이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게 민선 8기 원주시의 입장이다.

2022년도 상반기 강원도 지방재정투자심사에서 재검토 결정된 사업인데다, 내년도 예산 편성을 위한 사전 행정절차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섣부른 추진 결정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시는 이 국비 예산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지 않았다.

국비 15억 원은 이 사업 추진이 최종 결정되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반영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민선 7기 때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해 넘기는 원주 아카데미극장 보존사업…"숙의 과정 거쳐 결정"
멀티플렉스의 홍수 속에 스크린이 하나인 단관극장이라는 아날로그 추억이 사라질 위기를 맞자 지역사회에서는 아카데미 극장을 문화유산으로 보존하자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1963년 문을 연 아카데미극장은 국내에서 스크린을 한 개만 갖춘 단관극장의 원형을 가장 오랫동안 보존하고 있는 건축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원주 아카데미극장 보존추진위원회가 발족했고, 그해 3월 '100인 100석 토론회' 등을 통해 시민 모금 1억 원을 달성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올해 1월에는 시비 32억 원을 들여 아카데미극장 건물과 토지를 매입하면서 복원사업은 탄력을 받는 듯했다.

하지만 올해 6월 민선 8기가 출범하면서 이 사업은 재검토 사업으로 분류됐다.

이미 투입된 매입 비용 32억 원 이외에도 극장 리모델링과 전시·커뮤니티 공간 조성 등 60억 원의 국·도·시비가 추가 투입돼야 하고, 위탁 운영비 등으로 해마다 2억 원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해 넘기는 원주 아카데미극장 보존사업…"숙의 과정 거쳐 결정"
추후 시설 운영 경비는 지속해서 더 늘어나 결국 시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게 민선 8기의 판단이다.

이에 원주시는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쳐 여론조사 등을 통해 최종 결정 후 모든 행정 절차를 진행한다는 견해다.

원주시 관계자는 "국비가 확보됐는데도 시가 사업을 포기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민 의견을 충분히 듣고 숙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추진이 결정되면 추경에 국비를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