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교육청, 올해부터 운영…변호사 등 전문가들로 구성
교사 대신 갈등조정·관계회복 등 활동…올해 255차례 지원

지난 9월 6일 경기도 안성의 한 중학교에서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했다.

"학교폭력 해결, 맡겨주세요"…'5279학폭지원단' 호응
평소 별명을 부르는 문제로 갈등을 겪던 같은 반 두 학생이 교실에서 주먹다짐하다가 한 학생이 입술이 터지고 얼굴이 부어오르는 상처를 입었다.

학교 측은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을 분리하고 보호자들에게 알리는 한편 안성교육지원청에 학교폭력 발생 사실을 보고했다.

안성교육지원청의 '5279 학폭지원단'은 즉시 학교와 협의를 통해 가해 학생 및 피해 학생과 접촉, 갈등 조정 가능성을 살피고 관계 회복 의사를 확인한 뒤 이튿날 학교 상담실에서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 보호자들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고 가해 학생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서면으로 받았다.

가해 학생 측은 "사과하고 용서받을 기회를 받은 것과 교우관계가 이어지게 된 데 감사하다"고 말했고, 피해 학생 측은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게 돼 좋다"고 했다.

8일 안성교육지원청에 따르면 5279 학폭지원단은 올해 3월 처음 생겼다.

'5279'는 안성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 신고 핫라인 전화번호(☎ 031-678-5279)에서 따왔으며 '오해를 이해로 친구 되자'는 의미도 담고 있다.

지원단은 학교폭력 사안을 접수하면 해당 학교로 나가 사안 처리를 지원하고 갈등 조정, 관계 회복, 관련 학생 및 보호자 상담 등을 한다.

이를 통해 학교폭력의 교육적 해결을 유도하고 관련 학생들의 치유와 회복을 도모하며 학교폭력 담당 교사의 업무를 덜어주는 게 목표이다.

지난해 12월 안성교육지원청이 관내 학교폭력 담당 교사들과 업무협의회를 하는 과정에서 교사들이 학교폭력 업무의 고충으로 전문성 부족과 초기 대처의 어려움, 과도한 학교폭력 업무처리로 인한 교육활동 부족 문제 등을 호소하자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원단을 꾸리게 됐다.

현재 지원단은 변호사 3명, 경찰관 3명, 전·현직 교사 8명, 상담 관련 자격증을 가진 학부모 9명, 장학사를 비롯한 지원청 직원 4명 등 모두 27명으로 구성됐다.

"학교폭력 해결, 맡겨주세요"…'5279학폭지원단' 호응
지원단은 올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모두 255차례의 학교폭력 사안 현장 지원에 나섰다.

이들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학교폭력 사안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결과 징계로 이어지지 않고 당사자들 사이에서 해결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학교폭력은 사안이 심각하거나 당사자들끼리 해결을 보지 못하는 경우 해당 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 심의위원회로 넘어가 가해 학생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게 된다.

이렇게 개별 학교에서 심의를 요청한 비율이 지난해에는 전체 학교폭력 사안 267건 중 44.7%였는데 올해는 전체 301건 중 24.2%에 그쳤다.

나머지 75.8%는 학교 내에서 자체 해결된 것이다.

그만큼 학교 현장의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가해 학생의 보호자는 "부모임에도 아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읽어주기보다는 사건 해결을 위한 부분에만 집중하고 있었는데 지원단 선생님이 진심으로 아이의 마음을 위로해줘서 감사하다"는 편지를 지원단에 보냈다.

관내 학교의 학교폭력 담당 교사는 "복수의 학교가 관련된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했을 때 실체적 내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는데 지원단은 관련 학생 모두를 면담하며 정확한 상황 파악 및 갈등 회복 과정에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기도교육청은 학교 내 갈등 사안에 대한 법적 대응의 증가로 학교 교육력이 약화하고 최근 학교폭력 심의 건수가 증가하자 내년 화해중재 담당 조직을 신설하기로 했는데, 이 지원단을 모델로 고려하고 있다.

안성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지원청마다 갈등조정자문단이 있는데 보통 학교에서 요청할 때만 현장 지원을 하는 데 비해 5279지원단은 사안 발생 즉시 초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그 과정에서 관계 회복에 대한 의지가 보이면 갈등 조정과 관계 회복까지 지원한다"며 "앞으로도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학교폭력의 예방과 교육적 해결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