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이사 정원·외부영향력 늘리고 사장 후보도 외부 추천
與 "민주노총의 공영방송 장악" 野 "정치권력 방송 장악 막자"
과방위 강행통과 '공영방송 지배구조 변경 3법' 핵심 쟁점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2일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의결한 방송 지배구조 관련 3법 개정안의 핵심은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현재는 국민이 선출한 정치권력에서 여야가 각각 정해진 비율로 이사회 구성에 관여하게 돼 있지만, 개정안은 그 권한을 정치권보다 시민사회와 각종 외부 단체에 더 많이 부여했다.

방송 지배구조 관련 3법은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다.

방송법은 한국방송공사(KBS), 방문진법은 문화방송(MBC), 교육방송법은 한국교육방송(EBS)의 지배구조를 각각 정한다.

3개 개정안은 공통으로 이들 3개 공영방송의 이사회 숫자를 급진적으로 확대하면서 외부 단체가 추천하는 이사 점유율을 정치권 몫보다 압도적으로 늘리고, 사장 후보를 일반 시민이 추천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먼저 이들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회의 이사 수를 현행 9명(MBC·EBS) 또는 11명(KBS)에서 21명으로 증원하고, 이사 추천 권한을 방송 및 미디어 관련 학회, 시청자위원회 등 다양한 주체로 확대하도록 했다.

세부적으로는 국회 5인, 방송통신위원회 선정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 6인, 공사 정관으로 정하는 시청자위원회 4인, 방송기자연합회 등 직능대표 6인 추천으로 명시했다.

현재는 KBS의 경우 이사 11명을 사실상 여야가 7대 4로, MBC와 EBS의 경우 이사 9명을 여야가 6대 3으로 추천한다.

개정안에서 성별·연령·지역 등을 고려해 100명이 참여하는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를 신설하는 조항도 주목된다.

개정안은 사장 임기 만료 90일 전에 구성되는 이 추천위가 3인 이하 복수로 사장 후보를 추천하도록 했다.

이사회는 이들 후보에 대해 표결을 실시,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는 후보가 사장으로 제청된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변경은 오랫동안 해묵은 논의다.

하지만 여야가 바뀔 때마다 입장이 전혀 달라지면서 소모적인 논쟁만 거듭되고 있다.

이날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더불어민주당은 정치 권력의 방송 장악을 막기 위해 지배구조 변경이 시급하다고 주장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연대하는 민주노총 언론노조와 시민단체 등이 공영방송을 장악하는 법안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민주당은 야당이던 2016년 7월 지금과 비슷한 취지로 "여권의 방송 장악을 막겠다"며 공영방송 지배구조 변경 관련법 개정안 4개를 패키지로 제출했다가 2017년 여당이 된 이후에는 입장을 바꿔 개정안 처리 대신 현행을 유지해왔다.

이날 회의에서도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개정안 핵심은 특정 정치집단이 공영방송을 좌지우지할 수 없도록 하자는 취지를 살린 것"이라며 "공영방송 사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일방 처리가 아니라 국민 의견도 듣고, 특별다수제 도입을 통해 사장 선임 과정을 투명하게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민주당은 여당 시절 손 놓고 있던 방송법 개정안을 야당이 되자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꿨다"면서 "개정안은 민주노총 방송법이다.

직능단체, 한국PD연합회 등이 정언 유착돼 입법 횡포를 부리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날 과방위를 통과한 3법은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남겨뒀지만,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역시 강행 처리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사장 교체를 앞둔 MBC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이해 관계자들은 긴장 속에서 국회 입법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이날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관련 방송법, 방송문화진흥법, 한국교육방송법 등 소관 법률안을 심의 의결해줘 감사하다"면서 "지적해준 내용은 시행 과정에서 그 취지를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