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육과정 '성 소수자' 삭제…행정예고 끝나 논쟁 반복될 듯

중학생 10명 가운데 8명은 학교 성교육 시간에 성 소수자에 대한 정보를 접하길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생 10명 중 8명 "성 소수자 관련 교육 필요해"
29일 총리실 산하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청소년 성교육 수요조사' 자료를 보면 2018년 11월 6일부터 12월 5일까지 중학교 1∼3학년 4천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학교 성교육에서 성 소수자에 관한 정보나 교육을 받아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21.1%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향후 학교에서 성 소수자 관련 교육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7.9%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성별로 보면 남학생(70.1%)보다 여학생(86.2%)이, 2학년(75.3%)과 3학년(77.4%)보다는 1학년(81.2%)이 필요성을 더 크게 느꼈다.

본인이 성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을 고민해 본 경험이 있는 학생은 각 26.1%(성 정체성)와 30.7%(성적 지향)였다.

특히 남학생(성 정체성 20.8%, 성적 지향 24.9%)보다는 여학생(성 정체성 31.7%, 성적 지향 37.0%)이 이런 고민을 한 경험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이 성 소수자라는 생각이 들 경우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복수응답)에 대한 질문에는 '그런 생각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는 응답이 28.9%로 1위였다.

다만, 이런 응답은 성별에 따라 다소 다른 경향을 나타냈는데 남학생의 경우 ▲ 그런 생각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35.4%) ▲ 숨긴다(24.0%) ▲ 부모님에게 의논한다(21.1%) 순이었다.

이에 비해 여학생은 ▲ 부모님에게 의논한다(32.3%) ▲ 친한 친구에게 이야기한다(25.0%) ▲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알아본다(24.9%) 순이었다.

연구진은 "자신이 성 소수자라는 생각을 부정하거나 숨기겠다고 답한 남학생들과 달리 여학생들은 부모님이나 친구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성별에 따른 인식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친구가 성 소수자라고 밝힐 경우를 가정한 상황에 대해서는 '친구 관계에는 변함이 없다'는 응답이 51.5%로 가장 많았다.

다만, 여학생은 60.6%가 이같이 답한 데 비해 남학생은 43.0%만 같은 답을 했다.

이처럼 성 소수자 문제에 대해 청소년들이 다양한 생각과 고민을 하고 있지만, 학교에서 이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가에 관해서는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중학생 10명 중 8명 "성 소수자 관련 교육 필요해"
교육부는 앞서 새 교육과정(2022 개정 교육과정)을 행정예고하면서 기존에 정책연구진이 시안에 넣었던 '성 소수자'와 '성평등'이라는 단어를 뺐다.

이날 행정예고가 끝나고 새 교육과정 최종안이 조만간 확정될 예정이어서 같은 논쟁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교육부는 교육과정에 성 소수자를 명시하는 것이 청소년기 학생들의 성 정체성의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주장에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중학생 10명 중 8명 "성 소수자 관련 교육 필요해"
이에 비해 청소년들이 성 소수자 관련 내용을 다양한 경로로 접하는 현실을 반영하고 성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교육을 하려면 이를 교육과정에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개정안은 우리 사회의 인권 담론을 후퇴시키는 것"이라며 "'성 소수자' 용어 삭제는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의식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