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기술력 부족에 계약 불이행" vs "계획 자체에 치명적 오류"
급경사에 탐방열차?…제4땅굴 공사중단에 업체·양구군 책임공방
강원 양구군이 추진하는 안보 관광지 개선 사업이 애초 계획과 큰 차이를 보이며 수개월째 답보상태에 빠져 있다.

이 가운데 양구군과 계약 업체는 공사 중단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고 있어 재착공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이다.

27일 양구군에 따르면 대표 명소인 제4땅굴 내 노후 시설을 정비해 관광객 안전을 확보하고 특색있는 관광지를 만들고자 2020년 3월 '한반도 평화역사 중심지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땅굴 입구에 승강장을 짓고 기존에 관광객들이 걸어서 이동하던 340m 구간에 선로를 신설해 탐방 열차를 운행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양구군은 2021년 5월 원주의 한 열차 제작 업체와 4억4천여만 원에 계약을 맺고 5개월 안에 10인승 전기 열차 1대를 인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다른 공정 지연 등 이유로 계약이 5차례 연장됐고, 올해 6월 문제가 발생했다.

양구군이 공사 시방서에 표시한 경사도와 땅굴의 실제 기울기가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시방서에는 최급구배(최대 기울기)가 10‰(약 5.7도)로 명시됐지만, 실제 땅굴 내부에는 이보다 2배 이상 급경사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업체는 작업을 중단했고, 양구군은 시운전에 필요한 서류 제출을 계속 요구했다.

급경사에 탐방열차?…제4땅굴 공사중단에 업체·양구군 책임공방
업체는 기술상·계약상 이유로 열차 제작이 불가능하다는 견해다.

업체 대표 A(44)씨는 "이는 탐방열차가 감당할 수 있는 최대 경사를 한참 벗어난 수치"라며 "모노레일이나 경사형 승강기를 설치해야 하지만 이는 계약 자체를 벗어나는 행위"라고 말했다.

또 "시방서에 명기된 경사도와 실제 땅굴 경사가 서로 다른 것을 업체 신입직원이 현장에서 바로 발견할 정도였는데 양구군은 이를 알지 못했고,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문제는 군청이 제시한 계약조건과 관련 규정, 기술적 사항이 맞지 않아 시운전이 불가능해지면서 발생했으며 이는 전적으로 군청의 과실"이라고 덧붙였다.

양구군은 업체가 계약 기간 중 필요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고, 시방서 내용 중 성능 개선에 대한 보고 의무와 현장 확인을 게을리해 현재까지 제작된 열차는 검수와 납품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다.

양구군 관계자는 "업무 관련 직원이 행정·토목직이라 땅굴 내 기울기 등에 익숙하지 않은 면이 있지만, 업체는 계약 후 1년이 넘도록 현장을 찾지도 않았다"며 "준공을 2개월 남기고 기차가 올라가지 못한다고 통보했다"고 반박했다.

또 "계약서에는 업체가 계약 후 14일 안에 제작 도면 3부를 제출하여 승인을 요청해야 하며, 개선이 필요한 사안이 발생하면 충분한 자료를 발주처에 제출할 것을 명시했지만 업체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업체는 열차가 해당 경사도를 오르내리기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업체에서는 이를 극복할 기술을 제시했다"며 "업체가 기술력 부족은 생각하지 않고 불가능하다고만 거듭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구군과 업체는 해당 문제의 책임 소재를 가리고자 법리 검토까지 마쳐 소송전으로 비화할 여지를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