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검찰 '기소유예' 처분 잇따라 취소
헌법재판소가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에 잇따라 제동을 걸었다.

기소유예는 혐의가 인정되나 피해 정도가 가볍거나 처벌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 기소하지 않는 결정이다.

헌재는 서울 한 건물의 관리단 회장 A씨가 서울북부지검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건물 폐쇄회로(CC)TV에서 한 입주자가 다른 입주자들의 관리비 고지서를 가져간 것을 발견했다며 경찰에 입주자를 재물은닉 등 혐의로 고소했다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며 역으로 고소당했다.

검찰은 입주자들의 인적사항을 관리하던 A씨가 고소장에 입주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쓴 것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A씨가 검찰의 처분에 불복해 낸 헌법소원을 심리한 헌재는 "청구인(A씨)이 개인정보 처리자에 해당하지 않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검찰의 처분을 취소했다.

A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해야 했다는 취지다.

헌재는 "개인정보보호법은 위반죄의 주체를 개인정보 처리자로 규정하는데, 개인정보 처리자란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이나 법인, 단체, 개인 등을 말한다"며 "건물 관리단이 개인정보 처리자에 해당하고, 청구인은 개인정보 처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또 카페에서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 충전기를 자신의 것으로 오해하고 가져간 B씨에게 제주지검이 내린 절도죄 기소유예 처분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취소했다.

헌재는 "수사기록만으로 절도의 고의나 불법영득 의사가 있다고 단정하기 부족해 기소유예 처분은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 판단의 잘못이 있다"며 B씨가 낸 헌법소원 심판을 인용했다.

B씨는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 자리를 옮겼는데 이후 전에 앉았던 자리로 돌아가 충전기를 콘센트에서 빼는 모습이 CCTV에 담겼다.

B씨는 이후로도 충전기를 의자에 올려둔 채 카페에 2시간가량 더 머물렀다.

헌재는 "피청구인(검찰)과 경찰은 'B가 이용하지도 않았던 자리로 가서 충전기를 빼낸 뒤 바로 가방에 넣었다'고 인정했는데, 이는 절도의 고의와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사정을 잘못 파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