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진실규명 결정…국가에 "재심 등 권고"
"'서해 납북귀환 어부 사건' 수사기관 가혹행위로 조작"
1970년대 납북귀환 어부 반공법(현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이 수사기관의 가혹행위로 조작됐다는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판단이 나왔다.

진실화해위는 5일 보도자료를 내고 "납북귀환 어부 반공법 위반 사건의 진실을 밝혔다"며 "서해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으로는 처음으로 진실이 규명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1960년 서해 연평도 근해에서 조업하던 중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납북됐다가 귀환한 A씨가 13년이 지난 1973년 반공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연행된 뒤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일이다.

귀환 이후 여러 차례 조사를 받은 A씨는 1973년 5월 말 북한의 찬양 행위를 인지하고도 수사기관에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돼 그해 6월 말 반공법상 찬양고무 혐의로 구속됐다.

진실화해위는 관련 기록을 검토한 결과 A씨가 이 한 달간 구속영장 없이 불법 구금됐다고 판단했다.

진실화해위는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심한 문초와 매질 등 가혹행위를 당했고 법정에서도 고문에 못 이겨 허위자백했다고 진술한 점, 가족들도 그가 구속되기 전까지 소재를 알지 못했던 점을 볼 때 구금 상태에서 고문·가혹행위를 당했을 개연성이 상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뿐 아니라 참고인들도 재판과정에서 경찰의 진술 강요가 있었다고 증언했다"며 "A씨가 반공법 위반 행위를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A씨와 그의 가족들이 정보기관으로부터 장기간 감시를 받아 취업 등 일상생활에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봤다.

이에 따라 국가가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인권침해를 사과하고 확정판결과 관련해서는 재심 등 조처를 하라고 권고했다.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은 "고문·가혹행위에 의한 허위 자백으로 조작된 사건임이 드러난 만큼 재심으로 피해자와 유가족의 명예가 회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진실화해위는 1968년 동해에서 발생한 건설호·풍성호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이 결정은 법원의 재심 개시로 이어졌다.

이후 진실화해위는 1965년부터 1972년까지 납북됐다가 귀환한 선원들을 직권조사하기로 결정하고 대규모 조사를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