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공사 없이 시설 설치…집중호우 등 복합 작용해 사면 붕괴 추정
산림청, 근본적 지반안정 대책 수립·설치 방향 조정 등 대안 제시
70대 주민 목숨 앗아간 횡성 산사태…"태양광 시설 등이 원인"
지난 8월 9일 집중호우 당시 강원 횡성군 둔내면에서 70대 주민의 목숨을 앗아간 산사태의 원인이 누적 300㎜가 넘는 강우량과 태양광 발전시설 터의 지반·지형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5일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이 산림청으로부터 받은 '횡성군 둔내면 사면 붕괴지 원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산림·지질·산림 공학 분야 전문가 합동으로 꾸려진 원인조사단은 이같이 분석했다.

조사단은 사면붕괴 유발 요인으로 기상요인, 지질 및 지반요인, 지형 및 수리 요인, 임상 요인 등 4가지를 꼽았다.

기상요인 분석 결과 8월 8일 오전 5시부터 9일 정오까지 32시간 동안 해당 지역에는 272.5㎜의 비가 쏟아졌다.

1시간당 최대 강우량은 사면붕괴 추정 12시간 전에 35.5㎜를 기록했다.

집중호우가 내리기 전 14일 동안 내린 97.5㎜까지 합하면 보름여 동안 누적 강우량은 370㎜에 달했다.

조사단은 강우량이 산사태 발생 임계기준을 초과한 상태였고, 이처럼 단기간 발생한 집중호우는 해당 사면붕괴의 주요인이라고 판단했다.

태양광 발전시설 조성 시 성토 등을 통해 부지 평탄화 작업을 하면서 전체적으로 지반 교란이 발생한 점과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시 말뚝 기초공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산사태 발생 요인으로 지목했다.

배수로 일부에서 토사로 막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도 요인으로 꼽았다.

70대 주민 목숨 앗아간 횡성 산사태…"태양광 시설 등이 원인"
조사단은 조사·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산사태 발생 임계기준을 초과한 강우와 피해지 상부 태양광 발전시설 터의 지반·지형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태양광 발전시설 터에서 붕괴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냈다.

조사단은 복구방안으로 산지 태양광 시설에 대해서는 사면안정해석을 토대로 경계부 축대벽뿐만 아니라 시설지 내부에서 흙막이, 말뚝기초, 태양광 시설의 하중 분산 등을 통한 근본적인 지반안정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산지에서는 태양광 패널에서 유입되는 빗물이 한곳에 집중되지 않도록 설치 방향과 배수 체계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초 산림청이 산사태 위험성이 있는 공사 중 산지 태양광 시설 320곳을 조사한 결과 312곳에서 보완사항이 지적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의원은 "지난 정부 5년 동안 태양광 발전시설로 인해 훼손된 나무가 264만 그루, 산림 면적이 여의도 면적의 17배가 넘는다"며 "안전을 위협하는 산지 태양광 시설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문제가 발견된 곳은 원상복구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70대 주민 목숨 앗아간 횡성 산사태…"태양광 시설 등이 원인"
/연합뉴스